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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조명으로
충전되는 배터리

해가 지고 밤을 맞은 지구의 한 편을 본 적이 있는가?
도시의 규모에 따라, 산업이 발전된 정도에 따라 반짝이는 정도를 달리하는 수많은 보석이 땅의 윤곽을 만들어낸다.
에너지를 연구하는 연구자의 사명감으로 그 모습을 보면 과연 저 불빛을 만들어내기 위한 에너지 소모는 얼마나 될까 짐작해 보게 된다.
실제로, 빌딩들이 소모하는 전체 에너지의 10% 이상은 조명을 위해 사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명희, 김병만, 권태혁, 송현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실내조명으로 암모니아 생산에 상응하는 에너지 줄인다

최근 태양전지의 또 다른 연구 방향으로 실내조명을 이용하는 것이 큰 화두가 되고 있다. 이는 태양광의 엄청난 에너지에도 불구하고 장소나 날씨, 시간의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태양광과 반대로 사무실 등 실내에서 발생하는 실내조명의 안정된 에너지 공급이라는 이점을 살려 실내조명을 고효율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인류의 보편적 이익에 더 부합하는 연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실내조명으로 소비되는 에너지양을 보면, 이 양의 10%만 재사용할 수 있어도 전 세계에서 1년 동안 1.8억 톤 이상의 암모니아에 상응하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

태양광이든, 실내조명을 이용하든 태양전지는 빛이 있을 때만 사용할 수 있는데,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것이 태양전지로 발생시킨 전기를 축전기나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빛이 없는 환경에서 저장된 에너지를 다시 사용하는 시스템이다. 기존에는 태양전지와 저장시스템을 조절 회로와 연결해서 과충전을 방지하고, 전기가 역으로 흐르는 것을 방지했다면, 최근에는 태양전지와 에너지 저장을 하나의 시스템 안에 융합시킨 구조가 제안되고 있다.

융합형 시스템의 저장 부분은 대부분의 경우 축전기 형태가 채택됐는데, 그 이유는 전기화학적 이중 층을 이용한 정전기적 인력으로 전자를 저장하므로 어떤 종류의 태양전지와도 융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전기화학적 활성을 갖는 활물질의 산화·환원 반응을 기반으로 하는 배터리를 이용한 저장 형태는 태양전지와 배터리 활물질의 에너지 준위를 잘 맞춰야 충·방전 시 자발적인 전자의 흐름을 만들 수 있으므로, 보고된 연구가 많지 않다. 하지만 높은 에너지 효율을 갖기 위해서는 충전 후 사용 시, 출력 전압을 오랜 시 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배터리 형태의 저장시스템이 축전기보다 유리하다.

실내조명 이용한 광충전 배터리 개발

본 연구팀은, 염료감응형 태양전지(Dye Sensitized Solar Cell, DSSC)가 저조도에서 높은 효율을 보인다는 점에 착안해 실내조명을 이용한 광충전 배터리를 개발했으며, 이를 염료감응형 태양전지와 광충전 배터리의 합성어인 염료감응형 광 충전 배터리(Dye-Sensitized Photo-rechargeable Battery, DSPB)라고 명명했다. 실내조명에서의 에너지 효율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광전극과 저장극 활물질의 에너지 준위다.

DSPB의 작동 원리를 살펴보면, 광전극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인 염료가 빛에 감응하면 염료의 HOMO(Highest Occupied Molecular Orbital)에서 LUMO(Lowest Unoccupied Molecular Orbital)로 전자가 여기(勵起)되고, 여기된 전자는 인접한 반도체인 TiO2층의 전도띠로 이동한다. 이동한 전자는 저장극과 연결된 전선을 통해 저장극으로 이동하고, 저장 극의 활물질은 전자를 받아들여 환원 반응을 통해 전자를 저장하게 된다. 저장극으로 전자를 보내고 산화 상태가 된 염료는 광전극이 담겨있는 전해질 내의 전자 매개체로부터 전자를 받아서 재생되고 상기되는데, 이 일련의 반응들이 모두 광 충전에 해당한다.

모든 전자 매개체가 염료를 재생하는 데 소모되면 광충전이 더는 진행될 수 없으므로 과충전 방지 회로가 필요하지 않게 된다. 전자가 이동하는 물질들의 에너지 준위를 에너지가 큰 것부터 나열해 보면, 1) 염료의 LUMO > 2) TiO2의 전도띠 > 3) 저장극 활물질의 산화·환원 전위 > 4) 광전극 전해질의 전 자 매개체의 산화·환원 전위 > 5) 염료의 HOMO가 되는데, 3) 과 4)의 전위 차이가 DSPB의 출력 전압이 된다. 즉, 배터리를 사용하는 방전의 상황은 저장극에 저장되었던 전자들이 다시 광전극 전자 매개체로 돌아가면서 저장극 활물질은 산화되고, 광전극 매개체는 환원되어 충전하기 이전 처음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3)과 4)는 위아래로 에너지 준위의 제한이 있어 DSPB의 출력 전압은 상한선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 DSPB의 단점이 됐다.

실내조명으로 IoT 센서 구동

그런데 태양광을 이용하는 환경에서는 광전극에서 발생하는 전자의 양이 상대적으로 많기때문에 저장극의 활물질이 한 번에 많은 전자를 받아 환원되는 속도뿐만 아니라 광전극의 전자 매개체가 염료를 재생시키는 속도가 전체 에너지 효율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실내조명과 같은 저조도의 환경에서는 광전극에서 생성되는 전자의 양이 10배 이상 줄어들 게 돼 저장극 활물질도, 광전극 매개체도 반응속도가 더는 중요한 요소가 아니게 된다. 물질들의 반응속도보다는 얼마나 큰 출력 전압을 갖는지가 에너지 밀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즉, 높은 에너지 효율을 위해서는 광충전 배터리가 사용되는 환경의 빛의 세기 조건에 따라 전자를 주고받는 반응에 참여하는 활물질들의 반응속도 혹은 그들의 에너지 준위 차이를 선택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실내조명으로 충전된 DSPB를 이용한 IoT 센서 구동 개념도
(사진출처-UNIST 홈페이지)
실내조명으로
소비되는 에너지의
10%가 하루 빨리
재사용 되기를
바란다.

이런 조건들을 고려해 설계된 DSPB의 실내조명에서의 에너지 효율은 500lux에서 10분 충전하면 11.5%를 얻을 수 있다. 6개의 DSPB 셀을 직렬연결해 동일한 조건으로 충전한 뒤 IoT 센서를 구동하고 무선 신호를 보내는 것까지 시연에 성공했는데, 현재는 DSPB가 갖는 출력 전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로 나아가고 있다. 실내조명으로 소비되는 에너지의 10%가 재사용되는 것이 현실이 되기를, 그리고 DSPB가 하루빨리 상용화돼 실생활에서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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