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시커먼 구름이 드리우는 흐린 날, 태양광 발전에도 구름이 낀다.
발전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처럼 계속 비가 내리는 장마철이면 더욱이 문제다. 그래서 비가 오는 날에도 발전 효율을 높이기 위한 과학자들의 고민은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글 신수빈 칼럼니스트
정전기 활용한 스마트 창
- 과학자들이 ‘비 오는 날 어떻게 하면 발전 효율을 높일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의 결과, 나타난 것이 바로 떨어지는 빗방울로부터 ‘마찰 전기’를 얻어내는 방법이다. 빗방울이 떨어지면서 발전 패널과 부딪치고, 패널을 타고 흘러내리며 마찰력이 생기는데, 이때 만들어지는 정전기를 모아 이용하는 식이다. 빗방울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동안 공기 입자와 부딪히면서 양전하를 얻고, 이렇게 양전하를 띠는 빗방울들이 음전하가 모여있는 곳에 부딪히면서 전기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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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방 눈을 현미경으로 본 모습. 굵기 수 나노미터의 돌기가 빼곡하며 이 구조 때문에 빛 반사율이 낮다
(사진출처-ttps://doi.org/10.1007/978-90-481-9751-4_262)
2015년 4월, 미국 조지아공대 연구팀이 개발한 ‘스마트 창문’이 바로 위와 같은 원리를 이용하고 있다. 이 창문의 맨 위층엔 ‘콜리디메틸실록산’이라는 음전하를 띠는 물질이 있어서 양전하를 띠는 빗방울과 부딪혀 전기를 만들어 낸다. 또 그 아래쪽엔 스프링이, 그 밑에는 바람의 마찰력을 이용하는 ‘마찰 전기 나노 발전기’가 있다. 즉, 흐린 날의 특징인 빗방울과 바람 두 가지 특성을 모두 활용하는 전략이다.
당시 연구팀은 실험 결과 “이 장치 1㎡당 130mW의 전력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정도의 전력량이라면 스마트폰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정도인데, 연구에 참여한 조지아공대 종 왕 교수는 “가정이나 사무실의 전자기기에 사용하기엔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나방에서 착안한 스마트 패널
- 2019년 3월, 포스텍 기계공학과 김동성 교수와 유동현 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임현의 나노자연모사연구실장팀은 태양광 패널이면서 동시에 빗방울의 마찰 전기도 얻을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 장치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연구팀은 나방의 눈 표면 구조를 활용했다. 나방은 주로 밤에 활동하는 생물이기 때문에 눈 표면엔 빛을 잘 흡수할 수 있는 돌기 구조가 있다. 굵기가 수십 nm(나노미터) 정도인 돌기가 무수히 많은데, 이 돌기의 크기는 우리가 볼 수 있는 빛인 ‘가시광선’의 파장보다도 짧아서 빛이 반사되지 않는다. 태양광 패널은 빛을 많이 흡수할수록 발전 효율이 높아져 연구팀은 나방의 특징을 태양광 패널에 적용했다.
연구팀은 약 200nm 간격으로 돌기를 만들어 빛 흡수율을 높였다. 그리고 동시에 패널 표면에 부딪히는 빗방울이 마찰 전기를 이용해 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장치를 추가했다. 다만 이때 전극을 쓰면 태양광 패널의 빛 흡수율을 다시 떨어뜨릴 수 있어 은나노와이어를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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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주안카이 교수팀이 개발한 빗방울 발전기의 모습. 물방울을 떨어뜨리면서 4개의 기판을 시험하고 있다.
(사진출처-Hong Kong City University)
효율 수천 배 높인 빗방울 발전기
하지만 여전히 빗방울의 마찰 전기를 모으는 연구들은 발전 효율이 낮다는 것이 문제다. 이에 2020년 2월, 홍콩시티대학교 왕 주안카이 교수팀은 빗방울 발전의 효율을 수천 배 높인 방법을 개발해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전까지의 문제는 빗방울이 발전기에 계속해서 부딪히면, 전하가 점차 축적되다가 포화 상태에 달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빗방울이 그 뒤로 계속 떨어져도 발전량은 정체된다.
왕 주안카이 교수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발전 패널을 개선했다. 알루미늄 전극과 인듐 주석 산화물 전극을 더해서 물방울이 떨어지면 마치 하나의 폐쇄 전기 회로로 바뀌는 장치를 만들었다. 그 결과 물방울이 연속해서 떨어지면서 전하가 쌓이는 병목 현상도 해결되고, 에너지 전환 효율도 높일 수 있었다.
왕 주안카이 교수팀이 물을 한 방울씩 떨어뜨리며 실험실에서 이 장치를 시험해 본 결과, 한 방울의 물을 떨어뜨리는 것만으로도 LED 전구를 100개 정도 밝힐 정도의 전력량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장치는 또 순간 전력 밀도가 50.1 W/m2 되는데, 연구팀은 이를 “기존보다 수천 배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발전 효율이 낮은데도 빗방울 발전을 멈추지 않는 건, 가장 흔히 쓰이는 태양광 발전의 효율이 떨어지는 날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그래야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에도 걱정 없이 전기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