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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처럼 빛나는
태양전지

‘태양전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드넓은 들판을 가득 메운 어두운색의 패널들이다.
하지만 최근, 보라색과 녹색, 청색 등 컬러 태양전지를 만드는 데 성공하면서 태양전지에도 컬러 시대가 열렸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조대형, 이우정, 정용덕


전기발전을 넘어 인간 친화적 소비재로

태양전지는 태양 빛을 전기로 바꿔준다. 그 과정 어디에서도 탄소와 유해물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미래 청정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태양전지로 많은 양의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그에 비례하는 많은 양의 태양 빛을 받아야 하므로 넓은 면적이 필요하다. 따라서 태양광발전소는 넓은 땅을 확보해야 한다.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봤던 어딘가의 비탈면에, 또는 TV에서 봤던 사막 위에 빼곡히 놓인 태양광 패널 구조물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전기의 대부분은 도심에서 소비된다. 여기서 어려움이 발생한다. 여분의 대지를 확보해야 하는 데다가 도심까지 전기를 보내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심 자체에서 태양광 에너지로 자급자족할 방법은 없을까. 그 방안 중 하나가 건물 일체형 태양광발전시스템(Building-Integrated PhotoVoltaics, BIPV)이다. 건물의 입면과 창호, 옥상, 지붕 등의 공간을 활용해 전기를 생산하자는 것이다. 같은 면적의 땅이더라도 고층 건물의 겉면을 활용하면 태양 빛을 받을 수 있는 표면적이 넓어져 더 많은 전기를 얻을 수 있다. 제도적으로도 제로 에너지 건물(궁극적으로 화석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건물)의 의무화가 진행되고 있어 BIPV의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건물뿐 아니라 자동차와 도로, 조형물, 이동기기 등에도 태양전지를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 같은 예로 보아 태양전지가 이제는 멀리 맨땅에 세워져 전기만 생산해내는 형태가 아닌, 사람과 물리적으로 가까워지고 일상생활에서 수시로 눈에 띄게 되는 시각적 소비재의 역할이 부여되는 패러다임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 이제는 태양전지에 인간 친화적이고 심미적인 요소가 추가돼야 한다는 의미이다.

아름답고 조화롭게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본 연구팀은 ‘태양전지를 아름답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하는 질문에 답을 얻고자 연구에 착수했다. 연구진은 다채로운 색상과 자유로운 형태가 태양전지에 아름다움을 더해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유연한 기판상에 형성이 가능한 Cu(In,Ga)Se2(CIGS) 박막 태양전지를 활용했다. CIGS 박막 태양전지는 구리(Cu), 인듐(In), 갈륨(Ga), 셀레늄(Se)으로 이뤄진 화합물인 Cu(In,Ga)Se2가 얇은 막 형태의 광 흡수층으로 사용된다. CIGS 박막 태양전지는 박막 증착 공정을 통해 제작되므로 금속 전극 없이 넓은 면적에 균일한 색상으로 가볍게 제작할 수 있다. 기존의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에서 볼 수 있는 표면의 금속 전극, 웨이퍼 사이의 틈새, 모듈 무게 등의 단점을 극복한 것이다.

그렇다면 색상은 어떻게 구현될까. 가시광영역대(약 380nm ~750nm) 중 특정 파장의 빛이 반사돼 눈에 도달함으로써 사람은 색상을 인지하게 된다. 예를 들어, 400nm 파장의 빛은 보라색, 550nm는 초록색, 700nm는 빨간색으로 인지하게 된다. 즉 원하는 파장대를 태양전지 상에 반사시키면 색상을 갖는 태양전지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가시광영역대의 빛은 태양전지에서 전기를 만들어내기 위한 중요한 연료가 되기 때문에 색상을 구현하다가는 자칫하면 발전효율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 때문에 광학적 손실을 최소화해 원하는 파장만 반사시키고 나머지 파장은 태양전지로 전달해주는 기술이 필요하다. 기존의 일반적인 색상 태양전지는 굴절률이 다른 두 물질의 박막을 번갈아 가며 여러 층으로 쌓아 층 개수와 두께를 조절해 색상을 갖도록 만든 커버 유리를 태양전지에 덮는 방식으로 상용화됐다. 하지만 이는 추가적인 비용이 들어 전기 생산 단가를 증가시키는 원인이 된다.

CIGS 박막 태양전지와 그 투명전면층 단면의 주사전자현미경 이미지 (출처: (논문) D.-H. Cho et al, Prog. Photovolt: Res. Appl. 2020, 28, 798)
투명전극층과 완충층의 두께 변화에 따라 반사색이 다른 CIGS 박막 태양전지 모습 (출처: (논문) D.-H. Cho et al, Prog. Photovolt: Res. Appl. 2020, 28, 798)

이에 본 연구진은 CIGS 박막 태양전지의 구성층 중 투명전극층과 완충층(투명전도층과 흡수층 사이에서 격자 상수와 밴드갭 차이를 완화해주는 역할)의 두께를 나노미터 수준으로 조절해 색상을 구현했다. 물 위에 떠 있는 기름띠가 무지개색으로 보이는 빛의 간섭 현상에 착안해 두 가지 구성층의 두께 조합만으로 선명한 색상을 띄도록 했다. 물과 기름은 굴절률이 서로 달라 (물: 1.33, 기름: 1.47) 각각의 두께 변화에 따라 광경로 길이의 차이가 생겨 빛의 간섭 특성이 바뀐다. 기름띠의 위치에 따라 두께가 다르므로 반사되는 파장이 각기 다르게 결정돼 색상이 다르게 관찰된다. 마찬가지로 물과 기름처럼 투명전극층과 완충층의 굴절률의 상이함(투명전극층: 2.0, 완충층: 2.4)을 이용해 보라색, 녹색, 청색 등 7가지 이상의 색상을 구현했다. 전기적 성능이 저하되지 않는 수준에서 두께를 미세하게 조절해 7가지 색상의 각 태양전지의 광전변환효율(태양 빛에서 전기에너지로 전환되는 비율) 차이를 ±10% 미만으로 달성했다.

더 나아가, 연구진은 관찰 각도에 따라 색상이 바뀌는 태양전지를 개발하고 있다. 태양전지 상에 수백 나노미터 간격의 투명한 격자를 형성해 각도에 따라 회절돼 주 파장이 변하는 현상을 이용해 선명하고 다양한 색상을 구현 중이다. 태양전지가 더 이상 획일화된 거무튀튀한 모습이 아닌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아름다운 에너지원으로서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더 안전하게, 더 좋게

CIGS 박막 태양전지는 비 실리콘 계열 태양전지 중에서 광 흡수율이 높아 에너지 변환효율이 가장 뛰어나고 안정성이 좋다. 또한, 실리콘 계열 태양전지보다 원자재 소비가 적으며 공정비용과 재료비용도 저렴하다. 하지만 유해 중금속인 카드뮴을 함유한 소재인 황화카드뮴(CdS)을 완충층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상용화에 제약이 따랐다. 본 연구진은 CdS 대신 인체에 무해한 황산화아연(Zn(O,S))을 완충층으로 사용함과 동시에 18% 수준의 높은 광전변환효율을 달성했다.

또한, 광펌핑 테라헤르츠 분광법을 이용한 새로운 태양전지 분석법을 개발해 무독성 완충층이 적용된 태양전지의 효율 향상 메커니즘 규명에도 성공했다. 광펌핑 테라헤르츠 분광법은 원자나 이온에 빛을 조사해 에너지가 낮은 상태에서 높은 상태로 들뜨게 조작한 후, 매우 높은 주파수의 테라헤르츠를 물질에 조사해 물리화학적 특성을 측정하는 방법이다.

습식 방법으로 증착된 아연 완충층 적용 태양전지의 경우, 태양 빛에 장시간 노출되면 처음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변환효율이 상당히 증가하는 현상이 보고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본 연구진은 광펌핑 테라헤르츠 분광법을 이용해 태양전지 내 전하의 움직임을 측정했고, 흡수층 내에 존재하는 결함에 의해 결정되는 광전자의 매우 빠른 시상수를 도출해내면서 효율이 향상되는 직접적인 원리를 최초로 설명했다. 이러한 새로운 분석법은 향후 친환경 고효율 태양전지 제작 기술력을 한층 더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어 CISG 박막 태양전지에 대한 기대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컬러 태양전지가 적용된 건물의 개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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