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알던 내가 아냐!”
평소 모습과 달라도 지적하지 말고, 다소 허술해 보여도 아는체하지 말아야 한다.
그게 부캐 열풍을 즐기는 자세다.
정리 편집실
부캐를 즐기려면 암묵적인 동의 필요
각종 예능프로그램을 장식한 유재석의 유산슬과 박나래의 조지나, 김신영의 둘째이모 김다비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부캐라는 점이다. 재미 또는 진지함 중 하나를 선택해 일관적인 모습을 보여주던 방송가가 부캐 트렌드에 합류해 다양한 캐릭터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부캐는 주로 게임용어로 그 반대말은 본캐다. 자세히 말해 본캐는 집중적으로 키우고 구사하는 캐릭터이며, 부캐는 본캐의 성장을 돕는 부속 캐릭터다. 이것이 일상생활로 범위가 넓어지면서 ‘평소 보여주던 모습이 아닌 새로운 모습이나 캐릭터로 행동할 때’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있다.
앞서 말했듯, 미디어 콘텐츠 업계에서 부캐 활용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데는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 하니?’에 등장한 유산슬이 큰 역할을 했다. 이후 이효리의 린다G, 신봉선의 캡사이신 등의 다양한 부캐가 등장하며 시청자들은 ‘다음에는 어떤 캐릭터가 나올까?’ 하는 궁금증으로 TV 앞에 모이고 있다.
부캐 트렌드를 두고 일각에서는 ‘굳이?’라는 말과 함께 다 티가 나는데 모르는 척을 해야 하냐며 부캐 트렌드에 열광하는 사람을 한심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부캐 트렌드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이미지를 탈피할 수 있는 수단이자, 상대방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는 순간으로 신선한 재미를 느끼기 위해 우리는 알고 있더라도 모르는 척해주는 센스를 발휘해야 한다. 쳇바퀴 굴러가듯 매일 똑같은 일상에 단비와 같은 부캐를 받아들인다면 더 많은 것에서 웃음을 찾을 수 있다.
가면을 바꾸는 멀티페르소나의 확장
과거에 우리는 칭찬의 의미로 ‘한결’같은 사람이라는 말을 썼다. 하지만 한결같다는 말은 이제 칭찬의 의미로만 사용되지 않는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뒤처지는 사람을 두고 ‘쟤는 어쩜 저렇게 한결같을까?’라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한결같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은 좋게 말해 부캐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사실 부캐는 올해의 키워드 중 하나인 멀티페르소나와도 관련이 깊다. 멀티페르소나는 ‘다중적 자아’라는 뜻으로, 상황에 맞게 다른 사람으로 변모해 다양한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을 뜻한다. 쉽게 말해 직장에서와 퇴근 후의 정체성이 다르고, 현실과 SNS상에서의 정체성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처럼 방송가에서 부캐가 뜨고 멀티페르소나가 시대의 화두가 된 데에는 생활 속 변화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중 대표적인 원인이 주 52시간 근무제의 시행이다. 퇴근 후 여유시간이 생기면서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원하던 취미를 실천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성취감을 느끼며 자신의 자아를 더 과감하게 표현하고, 평소 일상에 치여 본인조차 알지 못했던 내면의 모습을 끄집어내 자신을 여러 가지 형태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과정마다 모습을 달리하는 자신을 보며 누군가는 흔히 말하는 궁서체로 ‘무엇이 진짜 나의 모습인지’를 걱정한다. 하지만 이 걱정은 본캐와 부캐 설정으로 해결할 수 있다. 모두가 진짜 나일 필요는 없다. 나의 주된 모습과 부가적 모습 또한 나임을 인정하고 행동하다 보면 걱정은 사라지고 더 많은 일에 행동하는 본인을 만나게 될 것이다.
-
무의식 속에 살고 있는 나의 부캐는?
Yes ↓ No ⇢
A 작은 것 하나하나 고민하는 나
당신의 부캐는 상대를 알기 전까지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고,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고민이 많은 유형이다.
B 세상의 중심은 바로 나
당신의 부캐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모든 상황을 파악 하고 강하게 밀어 붙이는 캐릭터다. 하지만 사람에게정 붙이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C 함께보단 혼자가 좋은 나
당신의 부캐는 조용하고 개인적인 공간을 선호하며 관계에 대해 회의적이지만, 무조건 배척하지는 않는 캐릭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