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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가 있는 풍경

재생을 꿈꾸는
‘도나우강의 진주’

헝가리 부다페스트
헝가리 부다페스트는 동유럽에서 가장 먼저 개방의 물결을 받아들인 도시다. 도나우강변의 매혹적인 유적과 풍광을 간직한 옛 도시는 친환경 재생에너지로의 움직임과 함께 과거의 영화를 재현하고 있다.

서영진(여행 칼럼니스트)


‘에너지 제로 하우스’ 등 국가에너지 전략 실행

헝가리의 재생에너지 보급은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지난해 태양광발전을 통한 전기 생산량은 4%로 2016년 대비 약 8배 상승했다. 헝가리는 1차 에너지소비량 중 재생에너지의 비율을 20%까지 끌어올리는 ‘2030 국가에너지 전략’을 2012년부터 실행 중이다. 에너지전략에는 태양광 외에도 바이오가스, 풍력, 지열 에너지 등이 두루 포함된다. 최근 헝가리의 전체 발전량 중 신재생에너지 비율은 34.6%까지 상승했다.

헝가리 정부는 에너지 발전에 뒤따르는 배출가스, 소음 등으로 인한 문제들을 지역주민들과도 현명하게 조율 중이다. 풍력 설비에서 발생하는 소음 문제는 주민들의 의사결정으로 이격거리 기준을 설정하는 등 합의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다.

헝가리 에너지전략의 주요 프로젝트에는 ‘에너지 제로 하우스’ 정책이 포함돼 있다. 2021년부터 새롭게 건설되는 헝가리의 건물들은 에너지 제로 기준에 부합돼야 하며, 25%의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자체 에너지 생산설비를 갖춰야 한다. 또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활성화를 위해 해당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생산된 전력을 직접 시장에 팔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약 9만여 가구의 전기수요를 충당하고,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7.5만 톤가량으로 감축될 전망이다.

EU의 친환경 정책은 헝가리 정부의 재생에너지 전략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헝가리의 역동적인 재생에너지 정책은 수도 부다페스트 등 자국의 아름다운 도시들을 재건하려는 움직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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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과거부터 부다페스트의 대중교통 역할을 한 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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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세계에서 두번째로 규모가 큰 헝가리의 국회의사당

세계문화유산인 부다지구 유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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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가톨릭과 이슬람 양식이 혼재된 마차시성당

부다페스트는 ‘도나우강의 진주’, ‘동유럽의 장미’로 불리는 헝가리의 대표 도시다. 개성 넘치는 별칭을 얻게 된 데는 언덕 위 부다지구의 유적들이 큰 역할을 했다. 부다 왕궁, 어부의 요새, 마차시교회 등 도나우강변의 건축물들은 나란히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정도로 가치가 높다. 13세기에 세워진 왕궁은 부다지구의 상징이자 시련의 흔적이다. 왕궁은 한때 몽골, 오스만투르크 제국에 의해 파괴됐고 1, 2차 세계대전 때 큰 상처를 입었다. 요새 같은 왕궁에는 국립미술관, 역사박물관이 들어서 있다. 왕들의 대관식이 열렸던 마차시성당는 가톨릭과 이슬람 사원이 혼재된 모습을 하고 있다. 고딕과 바로크, 이슬람 양식이 뒤섞인 공간에는 부다페스트가 16세기 터키에 점령당했을 때의 잔재가 여전히 남아 있다.

마차시성당 옆에는 부다지구를 대표하는 가장 독특한 건축물인 어부의 요새가 들어서 있다. 동유럽 다른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고깔 모양의 흰 탑들이 7개나 솟아 있다. 고깔 탑은 헝가리 마자르 7개 부족을 가리키는데 웅장한 고성이나 성당에 주눅 든 모습이 아니기에 오히려 더욱 눈부시다. 연인들의 고백 장소로 애용되는 어부의 요새는 야경마저 탐스러운 자태를 뽐낸다.

도나우강변 수놓는 트램과 다리

부다지구는 14세기경 홀로 헝가리의 수도 역할을 했다. 페스트와 한 도시로 합병된 것은 19세기 세체니 란츠히드 다리가 놓인 뒤부터다. 세체니 다리는 도나우강에서 가장 수려한 교각이다. 이 다리의 명물은 사자상인데, 혀가 없어 ‘울지 못하는 사자’로 불리는 사자상은 교각 초입을 지키며 웅크려 있다.

다리를 건너면 페스트 지역으로 빠르게 연결된다. 영국 국회의사당 빅벤을 닮은 고딕 양식의 국회의사당과 보행자의 천국인 바치거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강 하나를 건넜을 뿐인데 풍기는 인상은 사뭇 다르다.

러시아의 볼가강 다음으로 유럽에서 두 번째로 긴 강인 도나우강은 오스트리아 빈, 헝가리 부다페스트, 유고슬라비아 베오그라드 등 각국의 수도를 지나며 사연을 담아낸다. 강변을 따라 달리는 트램에 오르면 개성 넘치는 다리와 강 건너 부다지구의 모습이 차곡차곡 눈을 스쳐 간다. 도나우강의 아름다운 풍광은 부다페스트를 배경으로 한 영화 ‘글루미 선데이’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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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4 헝가리 국민과 관광객들의 두 발이 돼 주는 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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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 휴일이면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세체니 온천

고풍스러운 건물에 들어선 대형 온천

부다페스트는 유럽대륙 안에서 1896년 가장 먼저 메트로가 개통된 도시이기도 하다. 100년 넘은 메트로는 아직도 부다페스트의 땅속을 덜컹거리며 달린다. 영웅광장과 시민공원 일대는 근대사를 소담스럽게 담아낸 공간이다. 공산 체제 기간의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해 마련된 공간 옆에는 헝가리 건국 1000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영웅광장이 들어서 있다. 영웅광장 기념탑을 살펴보면 헝가리 국왕들 동상 위에 부족장들의 기마상이 있고, 탑 상단부에 천사 가브리엘이 있는 흥미로운 형상이다. 도시의 다채로운 모습은 그들의 독특한 목욕문화에서도 엿볼 수 있다. 영웅광장 옆 시민공원 한가운데에는 고색창연한 외관의 세체니 온천이 자리 잡았다. 세체니 온천은 1931년에 문을 연 유럽에서 가장 큰 온천 중 하나다. 휴일만 되면 주민들이 수건을 들고 중세풍의 건물로 들어서는 모습은 헝가리에서 유독 특별하다. 옛 이데올로기의 흔적이 서린 공간 옆에서 여유롭게 목욕을 하는 장면은 이색적인 부다페스트를 대변해 준다.


T I P B O X

교통

부다페스트는 오스트리아 빈 등에서 열차로 이동하면 가깝다. 부다페스트의 트램은 이동과 관광을 위해서 꼭 타봐야 할 교통수단이다. 메트로는 노란색 M1, 빨간색 M2, 파란색 M3 등의 노선이 있다. 부다지구까지는 M2로 이동하면 된다.

음식

헝가리에서는 쇠고기, 양파, 감자를 잘게 썰어 파프리카 향신료를 넣고 끓인 ‘굴라쉬’가 얼큰하고 먹을 만하다. 음식은 대체로 짠 편이다. 부다페스트 사람들은 ‘바린카’라는 독주와 ‘토카이’라는 달콤한 화이트 와인을 함께 즐겨 마신다.

기타 정보

헝가리에는 450여 개의 온천이 있으며 그중 100여 곳이 부다페스트에 자리하고 있다. 물가는 서유럽보다 저렴하다. 10월을 넘어서면 제법 쌀쌀한 동유럽의 날씨로 돌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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