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랑 작가의 책을 읽으면 참 신기하게도 주인공뿐만 아니라 잠깐 스쳐 가는 등장인물에까지 애정이 생긴다.
등장인물 한 명 한 명에게 서사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소설 속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에 집중하며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는 정세랑 작가를 만나봤다.
정리 편집실 사진 민영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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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넷플릭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이 방송되고 있습니다. 책을 매개로 활동 영역이 넓어지신 건데 드라마화를 통해 독자와의 만남을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2017년부터 영상 관련 작업을 해오고 있었는데, 마침 제가 쓴 원작이 영상화되는 일에 참여할 수 있었어요. 책은 작은 디테일까지 완벽히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고, 드라마는 여러 전문가의 기량이 합쳐질 때의 시너지와 더 폭넓은 향유층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또 다른 매력인 것 같아 활동 영역을 넓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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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이 생각하는 독서의 힘이란 무엇인가요?
해보지 않은 경험, 겪어보지 못한 감정을 책을 통해 접하다 보면 마음속이 정교하고 촘촘해지는 것 같아요. 읽으면 읽을수록 외부를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고요. 예를 들어 여행을 준비하며 그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책, 역사를 다룬 역사책을 미리 읽고 가면 발견하는 것들이 아주 다르겠죠. 도착해서 지역 청년 예술가들이 만드는 잡지를 읽으면 또 새로울 것이고요. 읽는 행위는 그렇게 삶의 화학반응을 끌어올린다고 생각합니다.
한국남부발전 직원 중 보고서나 기획안을 잘 쓰고 싶지만 쓰는 것이 어렵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이해를 잘 돕기 위한, 또는 본인의 생각을 잘 정리하기 위한 글을 쓰고 싶은 한국남부발전 직원들에게 조언 한마디 해주세요.
막힘없이 매일 잘 쓸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는 않아서 그럴 때마다 저는 머릿속을 개운하게 씻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전시회에 가는 것이 큰 도움이 됐어요. 또 소설을 쓸 때의 경험은 아니고 출판사에서 보도자료를 썼을 때의 경험인데, 좋은 샘플의 축적이 중요하더라고요. 잘 쓰인 보도자료들을 파일로 모아두고 누구든 볼 수 있게 비치해두곤 했거든요. 진행이 더뎌질 때 선배들이 쓴 보도자료를 읽으면 힌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완성도 높은 보고서, 기획안들을 많이 보는 것이 보고서 및 기획안 작성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짐작해봅니다.
작가님의 작품 중 연말을 맞이한 한국남부발전 직원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주인공이 있다면 누구일까요?
<지구에서 한아뿐>의 한아와 경민이가 한국남부발전이 시행하는 재생에너지 분야에 관심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귀여운 연애소설이지만 지속가능성에 대한 소설이기도 해서 연말에 마음 편히 쉬시고 싶을 때 가볍게 읽어주시면 기쁠 것 같아요.
‘피프티 피플’과 ‘시선으로부터’ 등 작가님의 책을 읽으면 많은 주인공이 하나의 끈으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는 책을 쓸 때 조금 더 신경 쓰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모두가 주인공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가 잘 들리는 소설을 쓰고 싶어요. 그리고 그 인물들이 서로 연결돼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습을 그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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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의 작품인 ‘지구에서 한아뿐’을 보면 환경을 생각하는 주인공 한아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근 ‘제로 웨이스트’, ‘그린뉴딜’ 등 환경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환경 이슈를 바라보는 작가님의 관점이 궁금합니다.
이제 시늉을 하는 정도로는 앞으로 다가올 기후 위기를 막아낼 수 없을 거라고 봅니다. 정부나 기관 같은 큰 단위에서 확실한 전환이 필요하고, 시민들의 인식과 노력도 중요하겠지요. 코로나19가 초래한 변화보다도 더 격한 변화가 21세기 중반에 찾아올 거라고 하는데, 우리가 그때를 잘 대비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미래 세대가 누려야 할 것들을 근시안적으로 빼앗는 세대가 되고 싶지 않아요. 지금 태어나는 아기들, 어린이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새로운 구조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요새는 어른으로서 너무 미안하더라고요.
작가님의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함께 생각해봐야 할 문제들을 일상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는 이야기를 지치지 않고 써나가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마지막으로 한국남부발전 직원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가장 중요한 분야에서 일하고 계신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풍력발전에 대한 좋은 소식들을 자주 듣고 있습니다. 안전하고 건강하게 환경과 관련해 계속 크게 이바지해주시길 언제나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