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트래블

굽이굽이 흐르는 강을 따라 쉼표를 찍다

평창 동강 생태관광지

여행은 삶의 쉼표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 잠깐이라도 쉬어야 지치지 않는 법이다. 빠름이 최선인 일상에서 벗어나 느린 시공간으로 잠시 다니러 가보자. 특히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충분히 즐기며 주변 사람들과 함께하는 공생까지 염두에 둔 생태여행에서 느림의 미학은 제대로 빛을 발한다. 생태여행을 일컬어 사람과 자연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만나는 접점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올여름에는 강원도 평창 동강에서 느긋하게 삶의 쉼표를 찍어보자. 그린 트래블 | 글 이은정 기자 사진 어름치마을

동강 스카이점프

강원도 평창 동강 일대는 환경부가 지정한 생태관광지 스무 곳 중 하나다. 특이한 지형이 많고 풍광이 아름답기로 정평이 났다. 오죽하면 자연이 빚은 보석이라고 할까. 한때 영월(동강)댐 건설을 추진했으나 희귀한 야생 동식물 서식처로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으며 댐 건설 계획이 무산됐을 정도다.
동강은 강원도 정선읍 가수리부터 평창을 지나 영월로 향하는 약 21km에 달하는 구간을 말한다. 자유 곡류하던 하천이 융기하거나 아랫부분이 깎이며 흐를 때 여러 방향으로 깊게 파여 만들어진 감입곡류하천으로, 절벽과 절벽 사이를 크게 굽이쳐 흐르는 모양이 그야말로 일품이다. 특히 평창군 마하리 부근에서 구부러진 모양이 가장 두드러진다.
동강이 생태여행지로 주목받는 이유는 어름치, 황쏘가리 등 천연기념물과 함께 수달, 원앙, 검독수리, 수리부엉이, 하늘다람쥐 등 희귀동물이 많고 멸종위기야생식물Ⅱ급인 연잎꿩의다리, 세계에서 유일하게 동강유역에서만 자라는 동강할미꽃 등 950종이 넘는 식물이 서식하기 때문이다. 생태계의 보물창고라는 별칭이 안성맞춤이다.
여행을 계획한다면 동강을 따라 띄엄띄엄 자리 잡은 아담한 마을들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동강의 자연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탐사하고 즐길 거리를 찾는다면 마하리 어름치마을(평창군 미탄면 마하길 42-5)을 추천한다. 마하본동에 있는 양지마을·응달마을·두루니·문희마을로 구성된 마을로, 평창 동강 민물고기생태관 관람부터 백룡동굴 탐사, 백운산 및 마두미길 등반, 칠족령 트래킹, 신나는 래프팅·카약 체험까지 즐길 수 있다.
특히 한여름 무더위를 단박에 날려줄 래프팅 코스는 문희마을 절매나루에서 마하본동 진탄나루까지 이어지는 크고 작은 여울을 지나는데, 강폭이 넓고 위험한 구간이 없어 남녀노소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자연의 한가운데를 뚜벅뚜벅 걸으며 힐링하고 싶다면 평창과 정선을 잇는 백운산 중턱의 칠족령 탐방로 트래킹을 추천한다. 2시간 남짓한 트래킹이 아쉽다면 아예 백운산 정상에 올라도 좋다. 다만, 숨이 턱밑에까지 차오는 급경사 길을 오르는 수고를 해야 한다.

 

칠족령은 정선 신동읍 제장마을에서 평창 미탄면 문희마을로 넘어오는 고개다. 옛날 제장마을에서 옻칠을 하던 선비 집안의 개가 발에 옻을 묻히고 도망가 그 발자국을 따라가 보니 동강의 아름다운 풍경이 나타났다는 이야기에서, ‘漆(옻 칠)’ 자와 ‘足(발 족)’ 자를 따서 칠족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실제로 칠족령 끝자락에 있는 전망대는 물살이 절벽에 막혀 급하게 꺾이며 휘돌아가는 옥빛 동강의 비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로 꼽힌다. 어름치마을에서 가려면 백룡동굴 생태체험학습장에서 출발한다. 이곳에서 칠족령 전망대에 올랐다 다시 돌아오는 3.4km를 걷는 데 2시간 정도 걸린다. 완만한 산길이라 그리 부담스럽지는 않다. 굴참나무 등 다양한 활엽수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어 마치 원시림을 걷는 느낌이 든다. 싱그러운 야생식물과 울창한 나무 숲, 그 틈을 시나브로 드나드는 바람 소리까지, 자연의 풍요로움을 만끽하겠다는 여유로움만 준비하면 된다.

동강 칠족령

백룡동굴은 미탄면 마하리에 있는 석회동굴로, 평창의 오랜 속살이라고 불린다. 1976년에 처음 발견돼 3년 뒤에 천연기념물 제260호로 지정됐으며 2010년 7월에야 일반인의 탐사를 허용했다. 백룡동굴에는 종유관, 종유석, 석순, 석주, 동굴방패 등 다양한 동굴생성물이 다수 분포해 있다. 특히 달걀프라이 모양의 석순을 비롯해 특이한 형태의 기형 동굴생성물이 많아 학술적, 생물학적, 고고학적 가치를 인정받는다.
동굴 입구에 서면 한여름에도 냉기가 느껴진다. 보호해야 할 곳인 만큼 관람을 위한 조명을 따로 설치하지 않는 등 구조물을 최소화했다. 이 때문에 동굴을 탐사할 때는 안전을 위해 생태체험학습장에서 제공하는 동굴복과 헬멧을 착용해야 한다. 어두운 동굴을 밝힐 헤드랜턴은 물론 장갑과 장화까지 착용해야 한다. 동굴에 들어가면 인솔자의 지시에 따라 일행과 함께 움직여야 함은 물론이다. 관람 소요 시간은 왕복 2시간 30분에서 3시간 정도. 하루에 9회, 한 번에 20명씩 관람 인원이 제한돼 있으므로 예약하는 것이 좋다. 또 환복하는 시간이 있으므로 입장 20분 전에 체험학습장에 도착해야 한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위치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문희길 63
탐사비용 성인 15,000원, 어린이·청소년 10,000원
홈페이지 http://cave.maha.or.kr/main
문의 백룡동굴관리사무소(033-334-7200)

 

백룡동굴 내부
백룡동굴 탐사

생태 환경을 보존한 동강에는 우리나라 민물고기 주요 어종의 80%가 서식한다. 대표 어종은 어름치다. 어름치는 천연기념물 259호로 지정된 종으로, 물이 맑고 자갈이 깔린 하천 중상류에 살며 몸길이 15~40cm 정도에 몸통 옆면에 있는 검은색 점이 특징이다. 이 외에도 금강모치, 쉬리, 갈겨니, 동사리, 참중고기 등 다양한 민물고기가 산다. 민물고기생태관은 이런 동강의 민물고기를 비롯한 다양한 수생동식물을 보전하고 유지한다는 목적으로 2009년에 개관했다. 민물고기 형성관, 민물고기 자연관, 동강의 생태관, 정보 휴게 공간, 물고기탐험관, 동강체험관, 야외체험장, 입체영상관, 기획전시실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동강에 사는 민물고기 45종을 모두 만날 수 있다. 가족 여행을 계획한다면 물고기의 각종 기관을 보고 만질 수 있는 물고기뱃속탐험관, 실제 뗏목을 타고 탐험하는 듯한 뗏목체험코스와 3D입체영상관 등을 추천한다. 또 야외체험장 대형 수조에서 물고기를 직접 관찰하고 손으로 잡아볼 수 있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위치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마하길 42-5
탐사비용 성인 2,000원, 어린이·청소년 1,500원
홈페이지 http://fish.maha.or.kr/main
문의 민물고기생태관(033-332-1178)

 

민물고기 생태관 전경

 

민물고기생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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