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과 여름의 경계에 서 있다. 지나온 날들만큼이나 다가올 날들도 화사할 것이 당연한 이때, 그 아름다움과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면 그만큼 여유가 없다는 뜻. 바쁜 시간에 쫓겨 살고 있다면 창녕 우포늪에 가볼 일이다. 황동규 시인은 “우포늪에 와서 빈 시간 하나를 만난다”고 했다. 시인이 만난 빈 시간을 뉘라서 만나지 못할 것인가.
그린 트래블 | 글 이은정 기자 사진 창녕군청·우포늪생태관·따오기복원센터·우포가시연꽃마을 제공
우포늪은 경남 창녕군 유어면 대대리·세진리, 이방면 안리, 대합면 주매리 일원에 있는 우리나라 최대 자연 늪지다. 한반도가 생성되던 시기인 1억 4000만 년 전 원시 습지로, 축구장의 210배에 달하는 광활함을 자랑한다. 대개 우포늪으로 통칭하지만 제방을 경계로 우포늪, 목포늪, 사지포, 쪽지벌 등 자연 늪지 4개와 지난해 복원사업을 거쳐 조성한 산밖벌까지를 포함한다. 이 중 제일 큰 우포늪을 소벌이라고 부른다. 우포늪과 목포늪 사이에 자리한 우항산이 소의 목처럼 생겨, 하늘에서 보면 마치 소가 물 먹는 모습과 닮았다는 데서 유래했다.
1억 4000만 년 전에 만들어진 원시 습지인 만큼 우포늪에는 희귀하고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한다. 세계적인 희귀식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인 가시연꽃을 비롯해 부들, 줄, 창포, 마름, 자라풀 등 식물과 천연기념물 205호인 노랑부리저어새, 청둥오리, 쇠물닭, 논병아리, 큰고니 등 조류, 뱀장어, 붕어, 잉어, 가물치, 피라미 등 다양한 어류가 서식한다. 연못하루살이, 왕잠자리, 장구애비, 소금쟁이 등 수서곤충과 우렁이, 물달팽이, 말조개 등 패각류가 사이좋게 살고 이 밖에 무당개구리, 두꺼비 등 양서류와 남생이, 자라 등 파충류, 두더지, 족제비, 너구리 등 포유류가 늪을 중심으로 공존한다. 이처럼 생태계의 보고로 꼽히는 우포늪은 1997년 생태계 보존지역 가운데 생태계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됐고 이듬해에 국제습지조약 보존습지로 지정됐다.
이맘때에 우포늪에 가면 개구리밥, 매자기, 생이가래, 가시연꽃 등 식물과 쇠물닭, 백로류 등 여름 철새들이 번식을 준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여름철에는 군락을 이룬 가시연꽃이 그야말로 장관이다. 잎이 큰 것은 지름 2m 정도까지 넓게 자라는데 그 잎을 뚫고 피어 오른 가시연꽃은 신비로움 그 자체다. 아침 일찍 서두른다면 물안개 자욱한 우포늪의 또 다른 풍광을 만날 수 있다.
우포늪은 아름답고 광활한 경관을 느긋하게 즐길 수 있도록 둘레길이 잘 조성돼 있다. 창녕군 유어면에 있는 우포늪생태관에서 출발해 제1전망대, 숲탐방로1길을 돌아 생태관으로 다시 돌아오는 1km 남짓한 30분 코스부터, 우포출렁다리와 산밖벌까지 포함하는 9.7km 거리의 3시간 30분 코스까지 다양하다. 경사가 완만하고 길이 좋아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탐방할 수 있고 유모차나 휠체어가 다니기에도 무리 없다. 둘레길 곳곳에 왕버들 군락이나 징검다리, 우포출렁다리 등 사진 찍기 좋은 명소가 있고 화장실이나 쉼터 등 편의시설도 충분하다. 가족 단위로 여행하고 싶다면 해설을 신청해 들어도 좋다. 단, 비가 많이 와 수위가 높아지면 탐방할 수 없는 코스가 있으니 홈페이지 등에서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무엇이든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우포늪을 제대로 즐기려면 우포늪생태관부터 방문해보길 권한다. 생태관은 조류, 어류, 포유류 등 습지에 사는 각종 야생동물과 관련된 기록을 보존하고 연구하는 곳으로, 우포늪의 사계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우포늪의 생태환경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우포늪의 이해, 우포늪의 사계, 살아 있는 우포늪, 생태환경의 이해 등으로 나누어 전시실을 구성했다. 우포늪에는 어떤 수생식물과 어떤 곤충들이 살고 있는지 등을 상세히 안내하고 이들의 생장과정을 함께 다뤄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좋은 학습공간이 된다. 전시실마다 입체모형과 영상으로 우포늪의 생생한 자연을 연출해 지루할 틈이 없다. 토요일에 방문하면 우포나뭇배 만들기, 자연의 색 만나기, 부채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생태관 내부뿐만 아니라 주변이 넓은 공원으로 꾸며져 있으므로 가족이 함께 소풍을 가거나 단체로 야외학습을 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입장료는 어른 2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
위치 경남 창녕군 유어면 우포늪길 220
관람시간 9:00~18:00(17:00까지 입장), 월요일 휴무
문의 055-530-1553
예전에 우리나라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따오기는 무분별한 농약 살포와 서식지 파괴 등으로 이제 국제 보호종이 될 정도로 희귀해졌다. 따오기는 1968년 천연기념물 제198호로 지정된 새. 머리와 몸통이 희고 검은 부리에 얼굴과 다리가 붉어 홍학이라고도 한다. 우리나라는 2008년 중국 산시성 양현에서 서식하던 따오기 한 쌍을 기증받아 복원사업을 시작했다. 이 복원사업의 중심에 선 곳이 우포따오기복원센터다. 특히 올해 3월에는 우포 62번 수컷 따오기와 우포 51번 암컷 따오기가 낳은 알을 암수 따오기가 번갈아 품은 끝에 자연부화에 성공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2016년 우연히 자연부화로 태어난 한 마리를 제외하고 자연부화로 증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복원센터는 2016년 10월부터 관람케이지, 유사따오기 케이지, 우포따오기 역사체험관, 야생적응방사장 둘레길 등을 중심으로 부분공개를 진행했다. 지난해 조류인플루엔자로부터 따오기를 보호하기 위해 일반인 관람을 잠시 중단했다가 올 5월부터 다시 개방했다. 센터를 방문하면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따오기의 생태 특징과 날아다니는 모습, 먹이 먹는 모습 등을 관찰할 수 있다. 전문 역사체험관에서는 따오기의 멸종 원인과 복원 목적, 증식과 사육 등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관람시간이 오전 9시 45분, 10시 15분, 오후 2시, 2시 30분으로 정해져 있고 한 번에 50명으로 인원이 제한되므로 방문일 최소 하루 전에 예약해야 한다.
위치 경남 창녕군 유어면 둔터길 62
홈페이지 http://www.cng.go.kr/tour/ibis.web
문의 055-530-1574
창녕군 대합면 신당리에 있는 우포가시연꽃마을은 다양한 이색체험을 즐길 수 있는 팜스테이마을이다. 이마배(장대거룻배) 타기, 흙담 쌓기, 미꾸라지 잡기, 수생식물 관찰 등 생태체험과 목걸이 및 브로치 등을 만드는 말밤공예, 수생식물 원예치료, 누에체험, 농사체험, 문화재 탐방 등 흥미로운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이 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이마배 타기. 이마배는 광활한 우포늪을 가로질러 다니기 위해 주민들이 애용하던 배. 1999년 국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우포늪에는 허가받은 주민 외에는 함부로 들어갈 수 없으므로 이마배에 올라 늪에서 노를 직접 저어보는 건 색다른 경험이 된다. 보드라운 수생식물인 생이가래를 만지고 관찰하는 것도 도심에서는 할 수 없는 경험이다. 이 밖에 해마다 우포창포축제를 여는데 올해는 6월 15일부터 30일까지 축제가 열린다. 창포잎 썰기, 창포물비누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활동과 팔씨름 대회 등도 연다.
체험 외에 가시연꽃마을에서는 작은 우포늪을 만날 수 있다. 수생식물 300여 종을 키우고 있는 수생식물원에서는 늪에서 자생하는 다양한 식물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위치 경남 창녕군 대합면 닭계1길 12
문의 055-532-116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