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스러진 자리에 어김없이 가을이 들어앉았다. 하늘이 청명하고 곳곳이 풍성해진 이때는 어디를 봐도, 어디를 가도 좋은 법이다. 다만, 가을이 주는 낭만과 풍성한 자연을 오롯이 느끼고 싶다면 충남 서천 금강 하구를 추천한다. 굽이치던 물길을 넓히고 속도를 늦춰 자연 그대로의 속살을 그대로 드러낸 강 하구의 모습이 우리 삶의 또 다른 감각들을 깨우기에 충분하다.
그린 트래블 | 글 이은정 기자 사진 서천군청·국립생태원
금강은 전북 장수군 신무산 북동쪽 계곡에서 발원해 진안과 무주, 금산, 영동, 옥천, 대전 등을 지나 서해로 흘러드는 긴 강이다. 험준한 산지 사이를 흐르는 상류와 달리, 중·하류는 내륙 분지와 평야를 품었다. 특히 하구는 서해 생태계가 한자리에 모인 생명의 보고로, 생태관광 명소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맘때 금강 하구에는 철새들이 하나둘 자리하기 시작한다. 시베리아 일대의 시린 추위를 피해 남쪽으로 내려온 철새들이 이곳 습지에서 먹이활동을 하며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갈대가 숲을 이룬 사주에는 큰고니나 검은머리갈매기, 넓적부리도요 등 희귀 철새들이 머물고, 좀 더 추워지면 청둥오리나 고방오리 등이 떼 지어 서식한다. 금강 하구에서 배로 30분 남짓 떨어진 거리에 있는 유부도는 천연기념물 제326호 검은머리물떼새의 최대 서식지로 꼽힌다. 이 밖에 56종 39만 마리의 조류를 비롯해 125종의 저서동물을 만날 수 있다.
이 때문에 가을께 금강 하구를 찾는다면 고요하고 평화로이 노니는 철새를 만나고 지켜보는 탐조 여행이 제격이다. 여유롭게 날갯짓하며 먹이를 찾고 겨울나기를 준비하는 철새들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안해진다. 또 바다와 갯벌을 배경으로 어디로 눈을 돌려도 막힘없이 탁 트인 풍경에 가슴까지 시원해진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 단위 여행이라면 철새들이 모이는 서천 습지를 탐방하고 갯벌의 기능과 새들이 나는 원리 등을 탐구하는 행사에 참여해도 좋다. 이 밖에 갈숲마을에 들러도 좋다. 금강 변 신성리 갈대밭 주변 7개 마을이 모인 곳으로, 해마다 3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넘친다. 가족이 함께 모시송편, 모시칼국수를 만들거나 모시베틀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금강 하구에 23만㎡ 규모로 형성된 신성리 갈대밭은 순천만, 해남 고천암, 시화호와 함께 우리나라 4대 갈대밭 가운데 하나다. 이곳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촬영지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남한군 병사로 분한 이병헌이 웅크리고 앉아 볼일을 보다 북한군 병사로 분한 신하균, 송강호를 만난 갈대밭이 바로 이곳이다. 성인의 키를 훌쩍 넘는 갈대밭이 드넓게 펼쳐진 광경은 서천 여행의 백미로 꼽힌다. 여름에는 갈대밭 전체가 싱그러운 초록빛으로 일렁였다면, 가을에는 갈색으로 물들기 시작해 낭만을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갈대숲을 거닐며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소리에 귀 기울이면 세상 시름 다 잊고 온전히 자연 속에 묻힌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드넓은 갈대밭을 금강과 함께 한눈에 보고 싶다면 제방에 오르면 된다. 특히 보랏빛을 띤 갈대꽃이 어지럽게 피기 시작하면 또 다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해 질 무렵 놀이 더해진다면 금상첨화. 게다가 이곳은 고니나 청둥오리 등 철새 군락지로도 유명하다. 갈대밭 곳곳에서 먹이를 찾거나 휴식을 취하는 철새를 만날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자연학습장으로 선정한 것이 이 때문이다.
가족과 함께 혹은 연인이나 친구와 함께 오길 권한다. 갈대밭 곳곳이 툇마루 산책길로 연결돼 있어 편하게 걸을 수 있고 사진 찍기 좋은 포토존이 따로 표시돼 있다. 휴식할 수 있는 의자나 정자, 화장실 등 부대시설도 손색이 없다. 연중무휴다.
위치 충남 서천군 한산면 신성리 125-1
문의 서천군청 문화관광과 041-950-4091
우리나라 환경을 진단하고 치유해 건강하게 유지, 관리하기 위한 연구수행기관인 국립생태원은 99만 8,000㎡ 규모의 면적에 푸른 숲과 연못 등이 어우러져 있고 5,400여 종의 동식물을 갖춘 우리나라 최고의 생태전시관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숲과 습지는 물론, 세계의 기후대별 다양한 생태계를 직접 체험할 수 있어 사계절 내내 관람객이 끊이지 않는다. 이곳이 ‘또 하나의 작은 지구’로 불리는 게 이 때문이다. 특히 실내 전시공간인 에코리움은 열대, 사막, 지중해, 온대, 극지 등 세계 5대 기후대를 재현한 전시온실과 4D 입체영상관 등을 갖추고 있어 국립생태원의 랜드마크로 꼽힌다. 이 밖에 주변 자연 습지에 조성된 에코리움 둠벙을 비롯해 생명이 움트는 습지와 하천이 있는 금구리구역, 한반도 자연을 만날 수 있는 하다람구역, 노루와 고라니 등을 만날 수 있는 고대륙구역, 새들의 휴식처인 나저어구역 등이 있어 다양한 생태계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가족 단위 여행이라면 생태해설을 예약해 함께하길 권한다.
매주 월요일 휴관. 이번 추석 연휴에는 10월 3일, 4일 이틀간 휴관한다. 주차비는 따로 없다.
위치 충남 서천군 금강로 1210
관람시간 9:30~18:00(11월~2월은 9:30~17:00)
이용요금 어른 5,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
홈페이지 http://www.nie.re.kr
문의 국립생태원 041-950-5300
유부도는 충남 서천군 장항읍 송림리에 있는 작은 섬이다. 강물이 서해와 만나는 자리에 모래펄이 쌓여 형성된 곳으로, 충남 서천군에 소재하는 15개 섬 가운데 유일하게 사람이 산다. 크기가 여의도의 4분의 1 수준으로 작긴 하나, 주변 갯벌은 섬 크기의 10배가 넘는다. 모래와 갯벌이 섞여 있어 다양한 수서생물이 사는 덕에 이곳에는 해마다 국제 멸종위기종이나 저어새 등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16종의 철새가 찾아온다. 특히 수십만 마리의 도요·물떼새가 지구 반 바퀴를 이동하는 도중에 이곳에 내려 휴식을 취한다. 그 무리에 있는 붉은어깨도요는 지난 7월,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다. 또 겨울에는 세계적으로 4천여 마리에 불과한 검은머리물떼새가 이곳을 찾는다. 여름에는 서해 각지의 무인도나 해안에서 번식하고 겨울이면 대부분 유부도에 모이는 것. 이 때문에 매일 몇 차 례씩 펼치는 검은머리물떼새의 군무는 이곳의 또 다른 볼거리다. 해 질 무렵이면 감동은 배가 된다. 이런 이유로 유부도는 최고 탐조 공간으로 꼽힌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새를 관찰하고 싶다면 쌍안경과 조류 도감은 필수.
유부도에 가려면 오가는 정기선이 따로 없어 어민들의 배를 이용해야 하고, 만조 때에 배가 뜰 수 있으므로 섬에 들어가면 12시간은 머물러야 한다.
위치 충남 서천군 장항읍 유부도길42번길 8
문의 서천군청 문화관광과 041-950-40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