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겡끼데스까~” 옛사랑을 향해 하염없이 외치던 여주인공의 목소리는 눈부시게 하얀 설원 위의 모습이기에 우리에게 오래도록 기억된다. 아름다운 풍경이 있어 더 좋은 감성으로 다가오는 영화들을 소개한다.
문화 충전 | 글 손지혜 기자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2013
잡지사에서 16년간 포토 에디터로 일하면서 기계적인 하루하루에 익숙해진 월터 미티. 그는 늘 회색 옷을 입고 자리에 앉아 머릿속으로 펼쳐 보는 상상의 나래에 만족하며 살아간다. 그런 그가 어느 날 분실된 잡지의 표지 사진을 찾기 위해 작가를 찾아 떠나면서 상상을 초월하는 모험이 펼쳐지는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영화는 주인공이 사진작가를 찾기 위해 예멘과 히말라야, 아프가니스탄, 아이슬란드 등을 거쳐 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는데, 사실 배경이 된 모든 나라와 장소는 바로 아이슬란드였다는 숨은 비밀이 있다. 그만큼 아이슬란드가 여러 가지 매력을 지닌 나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선착장과 바다 풍경, 그리고 주인공이 자유를 만끽하며 롱보드를 타고 내려오는 세이디스피외르뒤르의 93번 도로는 이곳을 다녀온 이들이 이 영화를 볼 때면 눈물이 날만큼 멋진 곳이라고 한다.
<레터스 투 줄리엣> 2010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기 시작하는 순간 이탈리아행 티켓을 끊고 싶어지는 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 뉴욕에서 일하는 사실 확인 전문 기자 ‘소피’가 이탈리아 여행 중 우연히 50년 전 쓰여진 러브레터를 발견하고 이루어지지 못한 안타까운 사연에 두 주인공을 찾아 나서기 시작하며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멋진 풍경들이 쉴 새 없이 펼쳐진다. 역사지구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시에나’는 주인공들을 통해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느낌을 주고, 주인공이 편지의 주인을 찾기 위해 차를 타고 달리는 토스카나 외곽 시골 마을의 금빛 풍경도 아름다운 이야기에 서정성을 더해준다. 이미 유명한 건축물인 두오모는 물론이며, 캄포 광장과 산 프란체스코 성당, 만자의 탑까지 화면이 바뀔 때마다 감탄을 자아내는 <레터스 투 줄리엣>이라면 이탈리아의 깊숙한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미 비포 유> 2016
전 세계를 여행하며 각종 레저를 즐기고 살았지만 사고로 인해 전신마비 환자가 된 청년 부호 윌과 가난하고 난처한 상황에서도 언제나 엉뚱하고 발랄한 루이자가 환자와 간병인으로 만나며 서로 사랑으로 물들어가는 <미 비포 유>. 존엄사라는 무거운 메시지를 담았지만 사실 한번뿐인 삶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 찬 영화다. 주요 촬영지였던 영국 웨일즈의 해안 마을 펨브로크는 영국 특유의 잿빛 날씨 속에 톡톡 튀는 색감들의 집과 가게들을 자랑한다. 어려운 와중에도 밝고 사랑스러운 미소를 가진 여주인공의 캐릭터와 닮아 있다. 또 개봉 후 많은 이가 촬영지가 어디냐고 질문했던 영화 속 휴양지는 바로 스페인의 마요르카 포르멘토르 호텔이다. 영화의 메시지와 경쾌한 컬러 패션들, 그리고 아름답고 서정적인 풍광들까지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미 비포 유>로 눈과 마음 모두를 채워보자.
<남과 여> 2015
풍경이 곧 스토리가 되는 것 같은 영화도 있다. 공유와 전도연이 뜨거운 밀애로 열연을 펼친 영화 <남과 여>는 이름만 들어도 신비로운 핀란드 헬싱키에서 촬영되었다. 감독은 익숙한 이름의 나라이지만 경험한 사람이 드문, 그래서 가장 낯선 나라의 느낌을 주기 위해 핀란드를 선택했다고. 자녀를 위해 떠난 낯선 핀란드에서 우연히 만난 닮은 두 사람, 너무나도 담담하게 그들의 쓸쓸한 사랑과 이별을 그리는 정통 감성 멜로 <남과 여>는 헬싱키의 끝없는 설원과 자작나무 숲이 펼쳐지면서 고독하고 깊은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의 모습을 더욱 아련하게 묘사한다.
<맘마미아> 2008
그리스의 햇살만큼이나 뜨거운 청춘들의 춤과 노래, 나이를 잊게 만드는 명배우들의 열연까지 더해진 영화 <맘마미아>는 몇 번을 봐도 또 보고 싶은 영화로 손꼽힌다. 그룹 ABBA의 명곡들로 곳곳이 채워져 있는 뮤지컬 영화로, 세대를 아우르는 것은 물론, 누가 보아도 아름다운 그리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아빠 찾기’ 이야기가 눈을 뗄 수 없다. 많은 이가 당연히 <맘마미아>의 촬영지가 산토리니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그리스에는 산토리니 말고도 아름다운 섬이 무척이나 많으며, <맘마미아>가 촬영된 스키아토스와 스코펠로스섬 역시 코발트빛 바다와 황금빛 모래, 우거진 숲을 자랑하는 곳이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주인공의 결혼식이 촬영된 바위 위 교회 역시 스코펠로스섬에 있다. 두 촬영지 모두 직항으로 갈 수 없는 곳이기에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더욱 잘 간직되어 있기도 하다고. 여름을 마무리하기에 더없이 좋은 영화를 찾고 있다면 <맘마미아>가 정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