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충전

우리를 웃기고 울리는 직장인 웹툰

출근길에 웃음 한 편, 퇴근길에 위로 한 편

통장을 스쳐가듯 없어지곤 하지만 매달 꼬박꼬박 입금되는 월급은 수많은 사람의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는 소중한 돈 이상의 그 무엇이다. 그래서 ‘직장생활만 한 게 없다’는 말을 하곤 한다. 하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우리 삶을 축약해 놓은 듯한 희로애락이 존재한다. 머리 위에 하나의 큰 느낌표가 생기듯 직장생활을 위트 있는 메시지로 풀어내는 직장인 웹툰 속에서 나의 직장생활을 함께 떠올려보자.
글 편집실 

십 년 묵은 체증도 내려갈
<약치기 그림 by 그림왕양치기>

한 장의 그림 안에 직장생활의 희로애락이 모두 담겨 있다면? 현대미술 작가이자 인기 웹툰 작가인 양경수의 <약치기 그림>은 단 한 컷의 그림으로 핵사이다급 재미와 쾌감을 선사하면서 직장인들에게 꾸준한 지지를 받고 있다. “열정페이는 너나 하시고 난 페이 열정~!!”, “귀한 내 점심시간은 귀한 네 아들 이야기”, “불같이 일하고 나면 쾌감이 생겨요…불쾌감” 등 단순한 듯하면서도 현실감이 살아 있는 그림체와 반어적이면서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메시지로 현대인의 삶을 추려내는 감각은 읽는 이로 하여금 재미를 넘어 놀라움을 자아내게 한다. 직장생활의 고달픔에 캡사이신 같은 해학을 얹어 무엇이든 당당하게 말하고 강자 앞에 굴하지 않는 그림 속 인물들을 보고 있으면 카타르시스까지도 느껴지는데 또 한편으로는, 씁쓸한 말들을 내뱉고 있지만 웃음을 잃지 않는 얼굴들이 마치 우리네 스스로의 모습 같아 고된 하루를 웃어넘기게 하는 힘도 되어준다. 한번 페이지를 열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이 빠져드는 <약치기 그림>은 책으로도 발간되어 더욱 많은 이의 공감을 사고 있다. 요즘 유난히 직장생활이 힘들다면 <약치기 그림>을 통해 처방전을 한번 받아보자.
[ https://www.facebook.com/yakchikii/ ]

여성 직장인과 워킹맘의 공감지대
<삼우실 by 디기>

한 남성 상사가 여성 부하직원에게 “개인적인 일이 있어서 그러니 대신 외근 좀 다녀와”라고 부탁한다. 그러자 여직원은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네, 그럼 제가 외근 다녀올 동안 과장님이 이 기획안 좀 수정해주시겠어요?”라고 제안한다. 인스타 팔로워 10만 명을 목전에 두고 있는 인기 웹툰 <삼우실>의 한 에피소드다. 일은 월급 받은 만큼만 하며 상사에게 잘 보이려 애쓰지 않고도 직장에서 잘 자리 잡고 야무지게 일하는 ‘용히’라는 여성과 주변인의 회사생활을 담고 있는 웹툰 <삼우실>은, 사실 개인 웹툰 작가가 아닌 CBS의 사내 기자와 그래픽 디자이너가 힘을 합쳐 ‘CBS 제작’이라는 타이틀로 만든 작품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회사에서 만들어진 여성 중심의 웹툰이기에 더욱 현실성이 있으며, 우리 사회에 만연하게 포진되어 있지만 수면에 떠오르지 않는 크고 작은 부조리와 불평등에 대한 개선 의지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안하무인에 나태한 성격의 상사들 앞에서 똘똘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 내고 권리를 지키는 여성 직장인들을 대변하는 이야기들을 통해, 누구나 생각은 하지만 쉽게 행동하지 못하는 직장 내 ‘건강한 개인주의’를 몸소 실천하는 주인공 ‘용히’처럼 내일은 조금 더 다르게 살아볼까 하는 용기가 생긴다.
[ https://www.instagram.com/3woosil/ ]

직장 내 매너 상실 개념 상실에 대한 일침
<폭언일기 by 조자까>

“말할까 말까 할 때는 하지 마라”, “연설은 위대하지만 침묵은 더 위대하다”, “진정한 창조는 침묵 속에서 이루어진다” 등 조자까의 <폭언일기>를 보고 나면 말의 조심성과 침묵의 중요함에 대해 사무실 한쪽에 표어로 걸어 두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절대적인 비논리성과 상대에 대한 무례함으로 점철한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직장 내 인물들은 모두 하나같이 ‘무엇이 문제냐’는 듯 평안한 표정이지만 반대편에서 한마디 대꾸하지 못한 채 귀에서 피를 흘리는 직장인의 모습은 씁쓸한 웃음을 자아낸다. 아이의 하원을 위해 서로 통화하며 다급하게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워킹 부부 뒤에서 집에 일찍 가면 뭐하냐며 회식할 사람 손 들어보라는 상사, 연예인의 사업 성공 얘기에 동갑 부하직원에게 넌 여태 한 게 뭐냐는 상사, 말투와 외모, 옷차림까지 지적하는 상사 등 누구나 직장생활 중 한 번쯤 만나 인생의 쓴맛을 진하게 느껴봤음 직한 상사들과 그들의 폭언들에 상처받는 주인공을 보고 있자면 나만 혼자 억울하게 사는 게 아니구나, 세상 어디에나 저런 사람 꼭 있구나 하는 묘한 위로를 느끼게 된다. 자리 위에 앉아 방망이보다 더 무서운 혀로 군림하는 상사가 있다면 아주 속 깊이 뜨끔하게 만들어 제2의 인생을 살게 해줄 수도 있는 웹툰이 분명하다.
[ https://www.instagram.com/blackdraw_1/ ]

결국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곳
<직장생활 공감툰 by 불개미상회>

직장 내 다양한 인물이 모두가 주인공인 <직장생활 공감 툰>은 소규모 디자인업체 ‘불개미커뮤니케이션’이 재작년 경기 불황을 틈타 ‘잠시 그냥 내려놓고 다른 재미를 한번 찾아볼까’ 해서 제작하기 시작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작은 회사의 직원들이 스스로를 캐릭터로 설정하여 웃어보자고 만든 사심 없는 직장생활 모음집이 조금씩 입소문을 타고 인기 웹툰으로 성장한 셈. “업무에 쫓기며 사는 게 바보 같고 초라하게 느껴질 때 불개미상회의 만화를 보고 피식 웃으며 기운을 내면 좋겠어요. 내가 못난 것이 아니라 이 시대가 많이 고달플 뿐이잖아요”라고 말하는 제작진의 착한 마음이 그림에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복고적이면서 동글동글 귀여운 느낌이 있는 캐릭터가 “업무가 나에게만 몰리는 건 귀엽기 때문이겠지”라며 거울을 보는 모습에서 유머 속에 숨겨둔 긍정의 힘을 엿볼 수 있다. 출퇴근길에 가볍게 기분전환을 하기에 더없이 좋은 <직장생활 공감툰>으로 오늘도 내 동료와 상사, 부하직원에게 한번 더 웃어주자. 우리 모두 열심히 살아가느라 수고가 많다고.
[ https://www.facebook.com/redant4/ ]

 

Show More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