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트래블

하늘 다음, 청정한 그곳 태백

겨울에 가면 더 좋은 곳들이 있다. 옷 속을 파고드는 추위에도 기어이 발길을 돌려세우고 시선을 잡아끄는 곳. 강원도 태백이 그렇다. 무심한 듯 시크하게 맨살을 드러낸 풍경, 때론 가을의 끄트머리까지 감싸 안은 흰 눈 덮인 풍경, 살을 에는 듯한 바람까지 매력적이다.
있는 그대로 속살을 드러내는 자연이 우리의 마음을 더 넉넉하게 만든다. 하늘과 가장 가까운 태백의 자연이 기꺼이 그러하다.
그린 트래블 | 글 이은정 기자 사진 태백시청 관광문화과 제공

강원도 태백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은 도시다. 해발 650m의 고원 분지에 위치해 백두대간의 중추인 태백산을 비롯해 매봉산, 백병산, 함백산, 금대봉 등을 병풍처럼 둘렀다. 태백이라는 이름도 ‘크게 밝다’라는 뜻의 태백산에서 따왔다. 고생대 캄브리아기인 5억 년 전 태백은 원래 얕은 바다였다. 특히 구문소 지역 일대는 따듯한 바다 환경에서 퇴적된 지층이 널리 분포돼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기 고생대 지질층서를 만나고 중기 고생대 부정합면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삼엽충과 연체동물, 완족동물 등 많은 화석이 나와 우리나라 고생대 화석의 보고로 꼽힌다.
한때 태백은 우리나라 제1의 광도로 각광받았다. 전국 석탄 생산량의 30%에 달하는 640만 톤을 생산하며 국가 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다. 석탄산업 합리화 사업으로 50여 개나 되던 광산이 하나둘 문을 닫고 인구마저 줄기 시작한 것은 1990년께부터다. 현재 태백은 고원 관광도시로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한강 발원지인 검룡소, 낙동강 시원인 황지연못, 고생대의 보고인 구문소, 단군조선시대 구을 임금이 쌓았다고 전하는 태백산 천제단을 비롯해 용연동굴, 삼수령, 고원자연휴양림 등 천혜의 자연 환경이 생태여행지 태백을 든든히 뒷받침한다.

강원 태백 창죽동에 있는 창죽천 최상류 못이다. 검룡소에서 발원한 물은 지장천, 조양강, 동강을 거쳐 514km에 달하는 한강을 이룬다. 이런 이유로 검룡소는 1987년 국립지리원으로부터 한강의 발원지로 공식 인정받았다. 2010년에는 대한민국 명승 제3호로 지정됐다. 둘레는 약 20m, 깊이를 알 수 없는 검룡소에서 석회 암반을 뚫고 올라오는 지하수는 하루 2,000~3,000톤가량 된다. 물이 콸콸 용솟음치는 것도 아니고 소리조차 나지 않는데 용출되는 양은 매우 놀랍다. 물은 맑고 깨끗하며 사계절 내내 9도 정도를 유지한다. 검룡소 주위 암반에는 푸른 물이끼가 자라고 있어 신비로운 풍경을 연출하는 데다, 물길이 구불구불하고 곳곳에 깊이 1~1.5m, 넓이 1~2m의 암반이 파여 그곳으로 흐르는 물이 마치 용틀임하는 듯하다. 옛날 서해 바다에 살던 이무기가 용이 되고자 한강을 거슬러 가장 먼 상류 연못인 검룡소에 들어가기 위해 몸부림을 칠 때 생긴 자국일 것이라는 전설이 더욱 그럴싸하게 들리는 것은 이런 풍경 때문이다.
주차장에서 검룡소까지는 20~30분 정도 걸어야 한다. 가는 길이 숲길이고 평탄해 산책 삼아 걸을 만하다. 겨울에는 봄부터 여름, 가을까지 울창했을 숲 느낌은 없으나, 하늘 높이 껑충 솟은 키 큰 나무들 사이로 걷는 기분이 상쾌하다. 눈이라도 내려 하얗게 덮인 길이면 금상첨화다. 검룡소는 겨울에 가면 다소 썰렁할 수 있으나 작은 못에서 하루에 방대한 양의 물이 솟아나는 신비로운 광경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볼 가치는 충분하다. 생태계 보존지역으로 산불 예방 기간에 통제하는 구역이 있으므로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좋다.

검룡소
위치 태백시 창죽동 산1-1번지
문의 태백산국립공원(033-550-0000)

낙동강과 남한강의 근원이 되는 매봉산의 다른 이름은 천의봉이다. 천의봉은 ‘하늘 봉우리’라는 뜻으로, 하늘로 통하는 봉우리이자 하늘을 닮은 봉우리라는 의미다. 바람의 언덕은 해발 1,286m 높이의 매봉산 정상에 있는 고랭지 배추밭을 일컫는다. 유난히 바람이 세고 잦아 풍력발전기들이 능선을 따라 웅장하게 서 있고 그 아래로 산의 경사면을 따라 132만 2,000㎡의 고랭지 배추밭이 광활하게 펼쳐진다. 여름이면 푸른 하늘과 하얀 풍력발전기, 짙푸른 배추밭이 빚어내는 풍경이 가히 이국적이라 할 만하다. 겨울 절경도 이에 못지않다. 드넓은 경사면에 하얀 눈이 뒤덮여 있고 거센 바람을 가르며 윙윙 큰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풍력발전기가 풍기는 서정성이 우리네 감성을 충만케 한다. 또 한여름보다 여행객이 적어 나 홀로 풍경을 감상하기에 좋다. 특히 이곳은 일출과 일몰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길이 정상까지 잘 닦여 있어 배추 출하 시기인 7~8월을 제외하면 정상 바로 아래 주차장까지 차를 타고 갈 수 있다. 내비게이션에 ‘매봉산 풍력발전단지’로 입력해야 헤매지 않는다. 다만 이곳만의 멋진 풍광을 제대로 감상하고 싶다면 삼수령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천천히 걸어 올라가기를 권한다. 삼수령 주차창에서 바람의 언덕까지는 3.6km 남짓이다. 물론, 겨울에는 눈이 쌓이고 길이 얼어 통제하기도 한다. 이곳은 이름에 걸맞게 칼바람으로 유명하다. 바람이 차고 세 체감온도는 더 떨어지기 마련이다. 따듯하게 채비하고 길을 나서야 낭패를 면한다.

바람의 언덕 설경
위치 태백시 창죽동 9-384
문의 태백시관광안내소(033-550-2828)

백두대간의 줄기가 뻗은 태백에는 자연동굴이 많다. 그중 용연동굴은 백두대간의 중추인 금대봉 하봉능선 해발 920m,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자연 석회동굴로 길이가 총 8.5km에 달한다. 강원도 지방기념물 제39호로 지정돼 있다. 깊은 만큼 종유석, 석순, 석주, 동굴진주, 동굴산호, 석화 등의 생성물이 즐비하며 동굴 내부로 강물이 흐르고 습도와 유기질이 풍부해 생태계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동굴 중앙 내부에 조성해놓은 대형 광장과 리듬 분수, 아름다운 조명이 자연 생성물들과 어우러져 신비로운 경관을 연출한다. 이곳이 임진왜란 때 의병의 본부 역할을 했다는 점도 특이하다. 동굴 깊은 곳에 임진왜란 때 피난하던 사람이 암벽에 붓으로 피난하게 된 내력을 적어놓은 글이 있다.
용연동굴의 또 다른 볼거리는 동굴 내에 서식하는 생물이다. 관박쥐, 장님굴새우 등 38종에 달하는 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동굴 전체를 돌아보는 데 40분 남짓 걸린다. 관람이 생각보다 힘들어 노약자나 임산부는 관람을 자제하고 슬리퍼, 하이힐, 구두보다는 편한 운동화를 신는 게 좋다. 가족이 함께 여행한다면 주차장에서 동굴 입구까지 1.1km 거리를 운행하는 낭만의 용연열차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입장료는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1,500원, 2,500원 3,500원. 주차료는 소형차 기준 2,000원이다.

용연동굴 종류석
용연동굴 내부
위치 강원도 태백시 태백로 283-29
관람시간 9:00~18:00(매표시간은 ~17:00)
문의 용연동굴 관리사무소(033-550-2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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