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에 접어들어 바람 부는 제주 한림의 풍경이 제법 쓸쓸하다. 오늘따라 반짝거리던 햇살도 자취를 감추고 금세 비라도 내릴 듯 잔뜩 찌푸린 날씨에 걱정하던 차, 오전 일과를 마친 한림발전소 8인방이 약속 장소에 속속 모여든다. 식사시간이 다가올수록 다행히 하늘 색깔이 밝아지니 역시 이들에겐 제주가 홈그라운드임에 분명한가 보다.
해피 타임 | 글 편집실 사진 STUDIO 100
밖에서 더 칭찬 듣는 작지만 알찬 발전소
직장인들이 하루 중 가장 기대하는 점심시간. 오늘 특별한 음식을 먹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직원들을 둘러보던 서성문 소장이 한마디 건넨다, “어? 오늘 우리 발전소 각 부서 직원들이 전부 다 모였네”라고.
그러고 보니 한림발전소 서성문 소장을 비롯해 기계과 이범상 차장, 진대용·윤원진 사원, 안전과 김창규 차장, 효율과 김남헌 과장, 송현근 사원, 총무과 한상희 사원까지 참가한 8명은 부서가 다 제각각이다. 평소에도 여러 부서가 자주 모인다는 한림발전소는 총인원이 50명으로 단출해 서로 친하게 지내다 보니 회식도 단체로 한단다. 워낙 가족 같은 분위기여서 부서끼리 따로 모이면 오히려 서운해한다고.
105MW급 복합화력 설비를 갖춘 한림발전소는 제주도의 전력 수급이 급격히 늘어난 1997년 준공해 동계, 하계 시즌 피크를 담당해오고 있다. 또 연계선이나 다른 발전소에 이상이 생겼을 때 비상용으로 긴급하게 전력을 정상화하는 임무도 이곳의 역할이다. 피크 시즌과 비상시에 대비해 기능을 원활히 해야 하는 사명을 띤 만큼 한림발전소는 예방정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우리 발전소는 남제주발전본부의 2차 사업소 성격을 띠지만, 제주특별자치도와 전력계통을 운영하는 전력거래소에서 볼 때는 우리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서성문 소장은 365일 내내 가동하는 발전소는 아니지만, 반드시 필요할 때 제 소임을 다하는 만큼 ‘한림이 없으면 안 된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중요한 발전소라 자부한다. 최근 제주가 관광과 이주로 붐을 이루면서 전력 사용량이 엄청나게 증가하다 보니 한림발전소의 가동률도 서서히 높아지는 추세다. 발전소 준공 이래 오늘날까지 무재해를 기록하며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가운데 그 역할이 나날이 커지고 있으니 작지만 내실 있는 알찬 발전소가 바로 한림발전소가 아닌가 싶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발전소
이제 본격적인 식사시간. 바깥나들이도 했으니 오늘 하루쯤은 매일 먹는 식단에서 벗어나 별식을 맛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래서 선택한 메뉴는 팟타이, 푸팟퐁커리, 양꿍 쌀국수, 파인애플 볶음밥, 모닝글로리 볶음 등이 총망라된 태국 음식이다.
“생소한 음식이라 살짝 긴장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은데요.” “쌀국수 국물에서 좀 시큼한 맛이 나는 게 특이하긴 하네요.”
푸짐하게 차려진 태국 음식을 사이좋게 나눠 먹으며 진지하게 맛을 음미하는 모습이 흡사 맛 평가단 같다. 태국 음식을 처음 먹는다는 이들도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니 대체로 만족하는 모양이다.
“평소에도 자주 모여서 밥도 같이 먹고 이야기도 많이 하는 편인데, 오늘은 처음 와본 식당에서 분위기 있는 음악을 들으며 이국적인 음식을 맛보니 기분이 참 좋습니다.”
이범상 차장은 무엇보다 좋아하는 동료들과 함께하는 자리여서 더 맛있는 것 같다며 웃는다. 매일 얼굴 보는 사이인데도 할 말이 뭐 그리 많은지 ‘오디오가 빌 틈’이 없을 정도로 쉴 새 없이 수다 삼매경에 이른 직원들. 한림발전소 구성원들은 서로를 ‘가족’, ‘식구’라 부른다. 그래서 가족끼리 일을 나눠서 하다 보니 ‘자기 일’이 아니라 ‘우리 일’을 한다는 생각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단다. 가족을 위한 일이니 네 일, 내 일이 따로 있을 수 없다는 마음가짐이 한림발전소를 작지만 강한 발전소로 키워낸 원동력일 것이다.
“올해 고장정지 한 건 없이 순항하고 있는데 연말까지 이 페이스대로 설비안전이 이루어지도록 만전을 기하고 다들 건강하게 한 해 마무리를 잘했으면 좋겠습니다.”
내년에는 더욱 활기찬 한림발전소가 될 수 있도록 더욱 파이팅하자며 서로를 격려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마음 맞는 동료를 얻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복 받은 직장생활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여기 모인 모두의 바람이 이루어지길 응원하며,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한림발전소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