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이야기 하나로 마법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 조앤 롤링이 21세기 성공 신화의 대표 인물로 꼽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일자리가 없어 정부에서 주는 수당 140달러로 생활하던 이혼녀이자 싱글맘이었던 조앤 롤링이 자신이 사는 에든버러의 어느 작은 카페에 딸을 앉혀 놓고 틈틈이 완성한 『해리 포터』 시리즈는 21세기를 ‘해리 포터의 시대’로 바꿔놓았다.
올해는 『해리 포터』 시리즈 첫 권 출간 20년, 그동안 『해리 포터』 시리즈가 세운 수많은 기록 앞에서 조앤 롤링은 말한다. “마법의 힘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 힘을 발휘하여 현실로 끌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커리어 up | 글 박근희 조선일보 프라이데이 섹션 기자
정부 보조금 받던 ‘싱글맘 시절’ 악착같이 써내려간 『해리 포터』
소설가가 꿈이었던 조앤 롤링에게 마법이 일어난 건 1990년 맨체스터에서 런던까지 기차를 타고 갈 때의 일이다. 당시 그녀는 열차 고장으로 시골 한복판에 4시간이나 정차하게 되면서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상상에 잠긴다. ‘자신이 마법사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어쩌다가 우연히 마법사 학교에 가게 된 한 소년의 이야기는 어떨까?’
그녀는 자신의 친구 이름을 따 주인공 소년의 이름을 ‘포터’라 짓고 아이디어에 살을 붙여가기 시작하지만 이 이야기의 첫 권은 이로부터 5년 후인 1995년에야 완성된다. 그 사이 다발성 경화증을 앓고 있던, 그녀 상상력의 ‘8할’을 키워준 존재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어머니가 사망했고, 한동안 방황하던 그녀는 1991년 11월 포르투갈의 포르투에 있는 인카운터 영어학교에서 교사로 일하게 되면서 세 살 연하의 방송기자 조르즈 아란테스와 결혼한다.
1993년 7월에 딸 제시카를 낳지만 연하의 남편과 성격 차이로 그해 11월 파경을 맞는다. 졸지에 딸을 혼자 키워야 하는 싱글맘이 된
그녀는 생후 4개월 된 딸을 데리고 자신이 살던 영국으로 돌아와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에 정착한다. 그리고 얼마 뒤 남편 조르즈가 찾아오지만 그녀는 만나길 거부하고 이혼 절차를 밟는다. 28세에 싱글맘이 된 그녀는 일자리조차 없는 궁핍한 상황에서 정부 보조금을 받아 아이를 키운다(이 사연 때문에 최근 우리 사회에선 ‘한국판 조앤 롤링을 키우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 와중에 일자리를 얻기 위해 교사 자격 인증 석사학위 과정을 밟고, 궁핍한 생활에 컴퓨터가 없어 낡은 타자기로 원고를 써내려가면서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완성했다. 이 시기를 두고 조앤 롤링은 자신의 인생에서 ‘최악의 시기’라고 회상했지만 이 시기가 있었기에 그녀 자신이 가진 마법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됐고, 글을 통해 그것을 현실로 끌어낼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는 것만큼은 부정하지 않는다.
무명작가에게 찾아온 시련과 기회
조앤 롤링은 고단한 싱글맘의 삶과 작가로서의 삶을 병행하며 『해리 포터』 시리즈의 첫 권을 완성했지만 ‘무명작가’란 꼬리표 때문에 출판조차 쉽지 않았다. 12개 출판사에 원고를 보냈고, 12개 출판사에서 ‘퇴짜’를 맞았다는 건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유명한 일화가 됐다.
조앤 롤링을 알아본 건 비교적 소규모였던 블룸즈버리 출판사였다. 비록 1,500파운드(한화 약 200만 원)의 적은 선인세를 받았지만 조앤 롤링에겐 잠자고 있는 해리 포터에게 숨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기회였다. 한데 1997년 6월 26일 당시 출간된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초판은 딱 500부였다. 아동서로는 돈을 벌지 못한다는 출판사의 판단 때문이었다. 출간 당시엔 변변한 서평도 없을 정도로 반응은 시큰둥했으나 미국의 여러 출판사에서 러브콜이 날아오면서 이내 블룸즈버리 출판사의 판단이 틀렸다는 것이 증명된다.
조앤 롤링은 미국의 중견 아동 출판사인 스콜라스틱과 출간 계약 시 무명, 신인 작가로는 파격적인 인세를 받으며 주목받기 시작한다. 이후 조앤 롤링은 다수의 아동문학상을 휩쓸며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다. 첫 출간 이후 2부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1998년)과 3부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1999년)가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고 4부 『해리 포터와 불의 잔』(2000년)부터는 신드롬 수준의 인기를 얻었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종결편인 7부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2007년)은 아마존닷컴 사상 ‘윈도 7’에 이어 두 번째로 가장 빠르게 팔린 선주문 물품이 됐다.
어린 딸과 함께 끼니를 걱정해야 했던 이 싱글맘 작가는 소설과 영화의 연이은 성공으로 2004년에 인세와 영화 로열티만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여성 갑부(미국의 경제지 「포브스」 10억 달러 이상 세계 최고 부호 클럽 선정)로 등극하는 마법 같은 현실의 주인공이 된다. 시리즈를 연재하는 동안 새로운 남자를 만나 재혼을 하고 남매를 낳아 안정적인 가정을 이룬다. 그뿐인가. 2000년엔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하며 영국 왕실 작위를, 2001년엔 대영제국 훈장도 받았다. 모교인 엑세터대학은 물론이고 앤드루스대학교, 하버드대학교에서도 명예 문학박사 학위를 받으며 부(富)뿐만 아니라 명예도 거머쥔다.
가난한 싱글맘이 써내려간 『해리 포터』 시리즈는 출간 후 20년간 전 세계 200개 국가에서 79개의 언어로 출간되고 올해까지 4억 5,000만 권이 판매되는 진기록을 세워나가고 있다.
<조앤 롤링의 어록으로 본 성공 비결>
“열정을 갖고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라. 더 좋은 성공의 비결은 없다. 몰두하지 않고 성공을 거두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조앤 롤링은 상상력이 풍부하고 이야기 만들기를 좋아했다. 학창 시절에도 문학소녀로 작가의 꿈을 키워갔다. 그녀를 두고 사람들은 타고난 이야기꾼이라고 말하지만 그녀 자신은 자신의 재능에 노력을 보탰다고 말한다. 28세 싱글맘에 경제적 여유라고는 전혀 없었던 상황에서도 그녀는 상상력의 문을 두드렸고 열정을 불태워 삶의 전부이자 끈이었던 글쓰기에 몰두했다.
“실패가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패배다. 두려워 말고 자신의 열정을 적극적으로 알려라.”
조앤 롤링은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원고를 12개 출판사에 보냈지만 출간을 거절당했다. 작가로서 치욕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작은 출판사 블룸즈버리에서 형편없는 계약 조건을 제안했을 때도 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기꺼이 응했다. 만약 그녀가 계약 조건에 실망하며 망설였다면 『해리 포터』 시리즈는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라!”
조앤 롤링이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집필할 당시 그녀에겐 아무것도 없었다. 오직 자신이 돌봐야 할 어린 딸 제시카와 상상 속의 고아 소년 ‘해리 포터’만 있을 뿐. 그녀는 상상 속의 고아 소년을 현실 세계로 끄집어내기 위해 자신이 잘 사용할 수 있는 ‘글’이란 도구를 이용했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라기보다 ‘남녀노소가 함께 읽을 수 있는 동화를 쓰겠다’는 뚜렷한 목적도 있었다. 조앤 롤링은 “성공하길 바란다면 머릿속으로 상상만 하고 있는 그것을 어떤 도구를 활용해 어떻게 현실로 끄집어낼 수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