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리포트

저에너지로 환경을 생각하고 안락함으로 삶의 질을 높이다

수퍼-E®하우스

‘친환경 저에너지’는 주택건설업계의 오랜 화두다. 다양한 대안이 등장한 가운데, 최근 수퍼-E®하우스가 주목을 받고 있다. 캐나다 친환경 저에너지 목조주택을 일컫는 수퍼-E®하우스는 높은 내구성과 에너지 효율을 자랑하는 동시에, 안락한 실내 환경으로 거주자의 삶의 질까지 높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트렌드 리포트 | 글 이은정 기자 도움자료 http://www.super-e.com

 친환경 저에너지 주택 대안으로 부상

정부는 2025년 신축 건축물에 대한 제로에너지 건축물 의무화를 목표로 올해 1월,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제를 시행했다. 2015년채택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라 세계 195개국이 온실가스를 줄이고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2도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자고 약속했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 대비 37% 감축을 목표로 설정했다. 주택건축도 예외일 수 없다. 일반인들에게 이미 친숙한 패시브하우스에 이어 최근 수퍼-E®하우스가 친환경 저에너지 주택의 대안으로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퍼-E®하우스는 친환경 건축자재를 사용해 높은 내구성과 에너지 효율성을 가진 안락한 실내 환경의 주택이다. 캐나다 에너지 효율 신축주택 프로그램인 R-2000을 세계시장으로 확장한 개념으로, 수퍼-E®의 ‘E’는 ‘Energy-efficient(에너지 효율), Economical(경제성), Environmentally responsible(친환경성), Enhances the homeowner’s quality of life(거주자의 삶의 질 향상)’ 등을 뜻한다. 캐나다는 1970년대 에너지 위기를 겪으며 에너지 효율이 높은 주택 개발에 집중, 1981년부터 캐나다 연방정부 천연자원부(NRCan)가 개발한 수퍼-E® 저에너지 건강주택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이후 1998년부터 일본, 영국,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중국 등 세계 주택시장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Energy-efficient
Economical
Environmentally responsible
Enhances the homeowner’s quality of life

수퍼-E® 인증, 까다로운 시험 거쳐 고유 인식번호 부여

수퍼-E®하우스는 정확히 말하면 수퍼-E® 인증을 받은 주택을 뜻한다. 캐나다 정부는 대표 기관(EEEA)을 두고 수퍼-E® 인증서를 발급해 수퍼-E®하우스에 고유 인식번호를 부여한다. 캐나다 수퍼-E®사무국은 해당 건축물이 수퍼-E® 기술표준에 따라 설계·시공됐는지를 체크해 수퍼-E®하우스로서의 적합 여부를 판단한다.
수퍼-E® 인증을 받으려면 엄격한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에너지 효율과 습기에 의한 피해 방지, 실내 공기 질 제어를 체크하는 기밀성시험(air tightness test), 건강에 좋은 신선한 공기를 공간에 지속적으로 공급하는지를 살피는 열회수환기장치의 환경평형시험, 에너지 성능을 극대화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는지 체크하는 에너지소비량 측정 시뮬레이션, 내구성을 검사하는 벽체 디자인 인증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이 까다로운 테스트를 통과하면 EEEA에서 발급한 개별 인식번호를 부여받는다. 수퍼-E® 인증 프로그램은 모든 건축에 적용할 수 있으나, 목조건축에 기반을 두고 시작해 목조주택에 최적화된 것으로 인정받는다.

패시브하우스와 일반 주택의 중간단계

그렇다면 이렇게 까다로운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수퍼-E®하우스는 기존의 친환경 저에너지 주택으로 일반인들에게 이미 친숙한 패시브하우스나 액티브하우스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패시브하우스는 ‘passive(수동적인)’에서 유래한 것으로, 첨단 단열공법을 이용해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발생한 열이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설계해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한 건축물이다. 액티브(active)하우스는 태양열 흡수장치 등을 이용해 외부로부터 능동적으로 에너지를 끌어 쓴다는 의미로 액티브 솔라(active solar)하우스라고도 불린다. 서로 대응하는 개념이나, 둘 다 에너지 절약형 친환경 주택이다. 현재 우리 정부에서 추구하는 제로에너지하우스는 일반적으로 건축물에서 에너지 소비량과 생산량의 합이 ‘영(0)’이 되는 네트제로에너지하우스(net zero energy house)를 의미하는데, 대체로 패시브하우스 기반 위에 액티브 기술을 접목해 구현하는 것을 이상적인 방법이라고 본다.
수퍼-E®하우스는 특히 패시브하우스와 비교된다. 패시브하우스가 주택 내외부를 철저히 차단해 효율을 높여 에너지를 절약하는 방식이라면, 수퍼-E®하우스는 외부와 적당히 소통하면서 단열에 집중해 에너지를 절약하는 방식이다. 가령 창호를 넓혀 빛을 받아들이고 이것이 새어 나가지 않도록 단열을 보강하는 식이다. 이 덕분에 수퍼-E®하우스는 기밀성이나 단열 기준이 패시브하우스보다 덜 까다롭다. 패시브하우스가 일반 주택과 제로에너지하우스 중간 단계라면, 수퍼-E®하우스는 패시브하우스와 일반 주택의 중간단계로 보는 것이 이 때문이다. 또 다른 차이점도 있다. 패시브하우스는 정한 기준에 따라 누구나 건축해 독일 패시브하우스연구소에서 인증을 받으면 되는 반면, 수퍼-E®하우스는 캐나다 수퍼-E®사무국이 인증한 업체 또는 건축기술자만 시공할 수 있다. 국내에서 수퍼-E®하우스를 지으려면 캐나다 인증업체와 기술제휴를 맺어야 한다.

국내 기후에 알맞은 한국형 수퍼-E®하우스 최초 건립

국내에는 2008년에 경기도 포천에 첫 번째 수퍼-E®하우스가 건립됐다. 캐나다 주택청과 천연자원부, 국내 우림목재인터내셔널이 협력해 친환경 건축자재와 기계설비 시스템, 에너지 관련 첨단기술을 통해 이룩한 성과다. 우리나라 기후와 환경에 맞춰 최적의 단열을 위한 벽체와 구조를 정하고 지붕에 태양열 집열판을 설치해 따듯한 공기를 1층 바닥으로 내뿜도록 설계했다. 강제환기 시스템으로 에너지 손실은 최소화하고 신선한 실내 공기 질을 유지하도록 한 것이 돋보였다. 이후 두 번째 인증주택은 지난해에 완공됐다. 용인 CLT 하우스가 그 주인공. 특히 국내산 나무로 제작한 CLT(Cross Laminated Timber)를 벽체로 삼은 첫 사례로 주목받았다. CLT는 나무를 서로 엇갈리게 붙여 기존의 집성목재보다 강도가 뛰어난 건축용 목재다.
이처럼 국내에서 수퍼-E®하우스는 이제 시작 단계다. 관련 업계는 지난해 11월에 캐나다 수퍼-E®사무국과 (사)한국목조건축협회가 수퍼-E® 기술지원 및 전수 업무협약을 맺은 것이 국내에서 수퍼-E®인증제 적용의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국내에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선행조건이 있다. 우리나라 기후와 제반 환경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관련 업계를 중심으로 다양한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국내에서 친환경 저에너지 주택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수퍼-E®하우스. 주택건설업계의 기존 패러다임을 깨고 신선한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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