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리포트

나 혼자 ‘소유’ 벗고 다 함께 ‘이용’으로 카셰어링

카셰어링 시장 성장세가 가파르다. 차를 빌려 이용하는 방법 중 하나인 카셰어링 서비스는 교통난·주차난·환경오염을 줄이는 묘안으로 주목받으며 세계 60여 개국 1,000여 개 도시에서 운영 중이다. 국내도 마찬가지. 2011년 시작한 국내 카셰어링 서비스는 오는 2020년 5,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자동차에 대한 인식이 개인이 소유하는 것에서 벗어나 함께 이용하는 공유의 개념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트렌드 리포트 | 글 이은정 기자

카셰어링은 자동차를 빌려 이용하는 방법 중 하나다. 대개 회원제로 운영하며, 주택가 근처에 있는 보관소(차고지)에서 자동차를 빌려 시간(분) 단위로 필요한 만큼 이용하고 반납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2011년 그린카가 카셰어링 서비스를 처음 시행했다. 이듬해 쏘카가 공식 론칭한 이후 시티카, 한카, 유카, 카썸 등이 줄줄이 등장하며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현재 업계 1위를 점한 쏘카는 2017년 4월 기준 전체 회원 수가 260만 명에 달한다. 차고지인 쏘카존 역시 2,950곳을 웃돈다. 쏘카와 선두를 다투는 그린카도 같은 기간 기준 회원 수가 225만 명, 그린존이 2,700여 곳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완성차 업체 최초로 기아자동차가 모빌리티서비스 ‘위블(WiBLE)’을 공개하고 첫 사업으로 주거형 카셰어링 서비스에 뛰어들며 국내 카셰어링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또 한 번 입증했다.

공유개념의 공동체 운동으로 시작해 비즈니스로 성장

카셰어링은 지역이나 단체에 속한 구성원들이 간단한 목적의 차량 이용을 위해 개별적으로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이 낭비라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차량을 공동으로 구매한 뒤 시간 단위로 쪼개 공유(Share)하는 것이 특징이다. 1948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Sefage’라는 협동조합이 비용을 공동으로 부담해 차량을 구매한 것을 최초의 카셰어링으로 본다. 당시에는 특별한 수익모델이 없어 사업화로 이어지지 못했으나 이것이 1990년대 들어 차량 공유를 기반으로 한 임대 비즈니스로 부활했다.
카셰어링 시장을 본격적으로 개척한 것이 미국의 집카(Zipcar) 서비스다. 집카는 2000년 보스턴에서 회원제 차량공유 서비스를 시작해 스마트폰 보급으로 예약과 이용이 편리해지면서 급성장했다. 이후 독일의 카투고(Car2Go), 네덜란드의 그린휠스(Greenwheels), 영국의 시티카클럽(CCC, City Car Club), 스위스의 모빌리티 카셰어링(Mobility Car Sharing) 등이 잇달아 등장하며 전 세계로 번져나갔다. 특히 2008년 고유가로 인한 경제위기는 북미와 서유럽을 중심으로 카셰어링 회원 수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카셰어링 세계시장 규모가 오는 2020년에는 35억 달러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카셰어링은 차를 빌려 이용한다는 점 때문에 렌터카와 흔히 비교한다. 시간 단위로 차를 빌리는 점에서 비슷해 보이지만 차를 대여한다는 것 외에는 운영 이념이나 방식이 다르다. 카셰어링은 우선 회원제 서비스다. 렌터카도 회원제로 운영하는 경우가 있으나 대부분 포인트 적립을 비롯해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고 회원이 아니더라도 대여할 수 있다. 반면 카셰어링은 기본적으로 회원에게만 대여하는 것이 원칙이다. 렌터카는 하루 단위로 대여하고 반납할 때만 시간 단위 요금을 부여하지만 카셰어링은 시간 또는 분 단위로 대여한다. 장시간 이용하면 렌터카와 비용이 비슷하나 서너 시간 이용하면 비용이 훨씬 저렴하다.
연료비용 부담방식도 다르다. 렌터카는 원칙적으로 렌터카 회사에서 연료를 가득 채워 빌려주고 이용자가 다시 가득 채워 반납하는 방식이지만 카셰어링은 대부분 대여비용에 주행거리에 따른 연료비용을 추가 정산하는 방식이다. 이 밖에 비대면 이용이 가능하므로 24시간 내내 대여할 수 있다는 점도 다르다.

편의성·저비용·공공성 앞세워 가파르게 성장

카셰어링이 다른 나라에서 공동체 운동으로 시작한 반면, 국내에서는 처음부터 비즈니스의 일환으로 출발했다. 2007년 성미산 자동차두레나 2009년 녹색희망 카셰어링 등 자생적인 카셰어링 형태를 추진했으나 운영의 어려움과 재정난으로 현재는 서비스를 모두 중단했다. 국내 카셰어링 시장이 수요가 충분한 대도시나 관광 중심의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발달한 것이 이런 이유에서다.
2011년 그린카 서비스로 시작한 국내 카셰어링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모바일을 이용한 네트워크 활용이라는 제4차 산업혁명의 특성이 교통부문과 연계해 나타난 현상으로 보기도 한다. 실제 카셰어링 시장의 가장 큰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것이 편의성이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간편하게 예약하고 필요한 시간에 가까운 보관소에서 언제든지 차를 빌려 쓸 수 있다.
카셰어링 업체마다 조금 다르긴 해도 대개는 업체 홈페이지에 개인정보를 입력한 뒤 운전면허 정보와 신용카드 정보 등을 입력하고 회원으로 가입한다. 이후 홈페이지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예약하고 가까운 보관소에서 차량을 빌려 이용한 다음 대여한 장소에 직접 반납하면 된다. 대여한 장소에 반납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요금을 더 내고 다른 장소에 반납할 수도 있다. 미리 정한 반납시간보다 더 사용해야 한다면 10분 단위로 연장할 수 있고 이 또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서 신청하면 된다.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 필요한 만큼 이용하므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카셰어링 비용에는 보험료 등이 포함돼 있으므로 이용자는 차량 유지비를 절감할 수 있다.
여기에 카셰어링 서비스를 활성화할수록 교통난이나 주차난을 해소하고 대기오염 등을 줄여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공공성까지 더해지면 카셰어링 시장이 성장할 명분과 이유는 더 확고해진다.

사회적 문제 차단하고 협력적 소비 이뤄야 지속가능

반면 카셰어링 서비스의 불편함이나 문제점도 적지 않다. 이용자들이 가장 자주 호소하는 불편은 차를 빌린 곳에 다시 반납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곳에 반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긴 하지만 이럴 경우 비용이 추가돼 택시 등을 이용하는 것과 차이 나지 않을 수 있다. 또 다른 곳에 반납하는 것을 허용하면 도심으로만 차량이 몰릴 수 있어 교통난이나 주차난 해소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차를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이용해야 하므로 이용자 스스로 주의해야 할 사항도 있다. 차에 흠집이 나 있다면 이용자가 덤터기를 쓸 수 있으므로 차를 이용하기 전에 미리 확인해야 하고, 직전 사용자가 차를 더럽게 사용했다면 사용 후기를 남겨 간접적인 제재를 가하는 방법 외에 다른 수가 없다. 카셰어링 업체가 차를 깨끗하게 이용하자는 캠페인 등으로 시민의식을 높이는 데 집중하는 것이 이 때문이다.
카셰어링은 이런 개인 차원의 불편을 넘어 사회적 문제도 야기한다. 카셰어링 차의 사고율이 높다는 것이 대표 사례다.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카셰어링의 대물사고 발생률이 149.6%에 이른다. 자기 보유 차량의 대물사고 발생률이 13.8%, 렌터카가 24.2%인 것과 비교하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은 수치다.
미성년자의 명의 도용도 문제다. 회원 가입과 이용 모두 비대면으로 이뤄지므로 미성년이 부모 등 성인의 운전면허와 신용카드 등을 이용해 가입하고 무면허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내거나 차량을 절도에 이용하는 등의 문제가 심심찮게 발생해도 이를 방지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것이다. 카셰어링 업체마다 휴대폰 본인인증 절차를 추가하는 등 인증을 강화하고 있으나 이를 완전히 차단하기는 역부족이다.
카셰어링은 세계적으로 교통수요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경제적이며 시민 편의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대기오염을 줄이는 대안의 하나로 각광받고 있다. 반면 다층적으로 발생하는 사회문제에 대응하려면 제도적으로 시스템을 더 촘촘히 정비하고 문제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해졌다. 더불어 카셰어링 서비스는 이용자들이 함께 이용하는 공유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협력적인 소비가 없으면 서비스를 유지하지가 쉽지 않다. 단순히 차를 빌려 이용한다는 것이 아니라 다 함께 타는 차라는 인식이 뒷받침돼야 지속가능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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