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리포트
태양·땅·바람에서 에너지를 얻는 우리 집
기후변화는 이미 인류 생존과 인권을 위협하는 문제가 됐다. 해마다 기후변화로 인한 온열질환, 전염병, 식량난, 기상 재난 등으로 평균 40만 명이 목숨을 잃는다는 보고도 있다. 올여름, 세계를 강타한 엄청난 폭염과 폭우 등 기상이변은 지구의 준엄한 경고일 수 있다. 기존 화석연료를 대체하고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대표 에너지원으로 신재생에너지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신재생에너지주택 지원사업 등 다양한 정책과 지원으로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보급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글 편집실
태양과 땅에서 에너지 얻어 사용하는 건물 속속 등장
지난해 서울 노원구에 우리나라 최초로 에너지제로(energy zero, EZ) 주택이 준공됐다. 이 주택은 외단열·고기밀 등 초에너지 절약기술을 활용해 주택에 필요한 에너지의 50%를 절감하고 나머지 50%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얻는 것으로 크게 화제가 됐다. 이때 에너지제로는 단순히 한국전력 전기를 사용하지 않거나 전기요금이 들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냉방·난방·급탕·조명·환기 등에 필요한 에너지의 균형, 즉 에너지 수요와 자체 생산·공급 사이의 일치를 뜻한다. 즉, EZ주택은 건물 옥상과 벽면에 촘촘히 설치한 가로 1m, 세로 1.6m 크기의 태양광 패널 1200여 개에서 에너지를 얻어 전력으로 활용하고 태양 집열기에서 에너지를 얻어 온수 공급에 사용한다. 지열 냉난방 시스템을 설치해 여기서도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다. 이 때문에 EZ주택은 화석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신재생에너지로 난방과 냉방, 온수, 조명, 환기 등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로’를 달성한다고 말할 수 있다.
경주에 새로 터를 마련한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지열에너지를 활용한 신사옥으로 주목받았다. 채광과 통풍을 극대화한 설계 디자인으로 바람과 빛을 내부로 끌어들였고 고성능 단열과 에너지 저감 시스템을 적용해 에너지효율 1등급을 획득했다. 무엇보다 지열 시스템을 적용해 연간 필요한 에너지의 12.86%를 얻는 것으로 주목을 받았다. 신사옥 부지 내 총 60개소에 지하 200m를 천공해 지중열 교환기를 설치하고 지중의 일정한 온도를 이용해 신사옥 냉난방에 이용하는 것이다. 지열 냉난방 시스템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전기 대신 지열을 이용하므로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기 때문이다.
충남 홍성군에 있는 농업회사법인 (주)옥토앤자인 토마토농장도 지열을 이용한 냉난방 시스템 도입으로 화제가 되었다. 지하 200m까지 배관 300개를 연결해 12~13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지하수를 끌어올리고, 이를 여름에는 그대로 사용하고 겨울에는 전기히트펌프를 이용해 17~20도로 온도를 높여 난방에 활용한다. 이 농장은 오랫동안 전기보일러를 사용하다 지난해 지열 냉난방 시스템을 도입해 냉난방 비용을 기존의 30% 수준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신재생에너지주택, 대통령령으로 규정해 보급
최근 이처럼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건물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신재생에너지주택은 태양광, 태양열,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를 도입하고 고효율 조명 및 보일러, 친환경 단열재를 사용함으로써 화석연료 사용을 최대한 억제하고 온실가스 및 공기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하는 저에너지 친환경 주택을 뜻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신재생에너지주택 보급을 대통령령으로 규정해 놨다. 대통령령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64조에 따르면, 2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을 건설하는 경우에는 ▲고단열 고기능 외피구조, 기밀설계, 일조 확보 및 친환경 자재 사용 등 저에너지 건물 조성기술 ▲고효율 열원설비, 제어설비 및 고효율 환기설비 등 에너지 고효율 설비기술 ▲태양열, 태양광, 지열 및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이용기술 ▲자연지반의 보존, 생태면적률 확보 및 빗물의 순환 등 생태적 순환기능 확보를 위한 외부환경 조성기술 ▲건물에너지 정보화 기술 및 자동제어장치 등 에너지 절감 정보기술 중에서 하나 이상의 기술을 이용해 주택 총 에너지사용량 또는 총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절감할 수 있는 에너지 절약형 친환경 주택으로 건설해야 한다.
태양광·태양열·지열·소형풍력·연료전지 등 각각 장단점 명확
신재생에너지주택은 태양광주택, 태양열주택, 지열주택, 소형풍력주택, 연료전지주택 등 총 다섯 종류로 나눈다.
태양광주택은 태양전지모듈이 태양빛을 받아 전력을 발생시키는 원리를 활용한다. 태양전지모듈을 지붕이나 창호, 옥상 등에 설치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전기를 직접 이용한다. 서울 송파구에 있는 대형유통단지 가든파이브가 대표 사례다. 태양광 발전을 위해 건물 외부 벽체에 태양전지모듈 및 인버터를 설치하고 건물 외벽에는 건물일체형 태양전지를 설치해 여기서 발생하는 전기를 지하주차장 등에 공용 전력으로 사용한다. 반면 태양열주택은 태양의 복사광선을 열에너지로 변환시켜 생산하는 전기를 사용하는 주택을 말한다. 태양열설비인 집열기를 지붕이나 옥상에 설치해 여기에서 얻는 열량을 온수 및 난방에 이용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태양광 및 태양열 주택은 일사량이 적은 지역에서는 불리하고 에너지 밀도를 높이려면 넓은 설치 면적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지열주택은 말 그대로 지열을 이용한 에너지를 사용하는 주택이다. 태양열의 약 47%가 지표를 통해 저장돼 연간 약 15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열을 지열이라고 한다. 지열주택은 지하 온도를 히트펌프로 변화시켜 냉난방에 이용한다. 특히 지열주택은 공해물질 배출이 전혀 없고 설치비 및 유지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연중무휴로 24시간 내내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다만 땅속 깊은 곳까지 굴착해야 하기 때문에 초기 투자비용이 높고 땅의 침전 발생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소형풍력주택은 100kW 이하 규모 바람의 운동에너지를 풍차의 회전에너지로 변환시켜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 이용하는 주택이다. 이 주택은 오염물질 배출이 전혀 없고 연료비가 따로 들지 않는다. 다만 초기 투자비용이 높고 부지 확보가 어려워 국내에는 그다지 많이 보급되지 않았다. 연료전지주택은 수소와 산소가 가진 화학에너지를 전기화학반응에 의해 직접 전기에너지로 변환시켜 발전하는 방식의 주택이다. 연료전지를 이용해 전기를 얻고 이를 사용하는 주택이다. 친환경적이고 에너지 효율이 높으며 다른 신재생에너지와 달리 날씨와 계절에 전혀 구애받지 않는다는 게 장점이다. 이처럼 신재생에너지주택은 저마다 장단점이 있으며 현재 우리나라에는 태양광주택과 태양열주택이 널리 보급되는 추세다.
그린홈 주택지원사업, 신재생에너지 설비 지원
특히 정부는 신재생에너지주택을 널리 보급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공단이 함께 그린홈 주택지원사업을 펴고 있다. 이전의 에너지절감주택이 내부 에너지가 외부에 뺏기는 것을 막는 수동적인 단열 시스템으로 소비되는 에너지양을 절감하는 형태였다면, 그린홈은 건축 자체에서 생활에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해내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이다. 즉 필요한 에너지를 태양과 지열, 바람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충당하는 것이다. 한국에너지공단은 가정이나 마을에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할 시 소비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필요한 총사업비의 일부를 지원한다. 올해 지원 규모는 700억 원. 에너지원별 지원 규모를 살펴보면 태양광 500억 원, 태양열 62억 원이고, 지열, 연료전지 등 기타 에너지원 138억 원이다. 공동주택이나 단독주택이 개별적으로 신청할 수 있고 동일 최소행정구역 단위에 있는 10가구 이상이 마을 단위로 신청할 수도 있다. 온실가스 감축과 지구 살리기에 동참하겠다는 생각으로 우리 집에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할 요량이면 이 지원제도를 활용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