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n Project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의 필요성 및 정책적 시사점

국내외에서 ESS의 활용 분야는 다양하다. 향후 분야별 경제성 확보 여부에 따라 시장 잠재력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본고에서는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기조에 대응하기 위한 ESS의 필요성을 확인하고, 시장 확대 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Project Ⅰ | 글 임덕오 에너지경제연구원 신재생에너지연구실 전문연구원 일러스트 이은호

 

국내 에너지 저장 시스템(Energy Storage System, ESS) 활용은 크게 발전자원, 송배전망 보조, 신재생에너지 발전 보조, 수요자원으로 분류된다. 발전자원은 주로 계통한계가격(System Marginal Price, SMP)이 낮을 때 여유 전력을 저장하고 SMP가 높을 때 저장한 전력을 방전하여 전력 판매수익을 증대하는 SMP 차익거래에 활용한다. 송전용은 주파수 조정 및 송전혼잡을 완화하는 기능을 수행하며, 변전용은 강압변압기가 전 출력으로 운전할 때는 전기를 저장하고 변압기 용량을 초과하는 전력이 요구될 때는 전기를 공급함으로써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용의 경우 간헐적인 출력 변동을 완화하는 데 활용된다. 수요자원은 비상발전과 시간대별 전기요금에 대응하여 요금을 절감하는 데 활용된다.

지금은 에너지전환 시대

신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탈원전 · 탈석탄 및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이다. 단계적으로 원전과 석탄발전 가동을 중단하고, 2030년까지 전체 발전량의 20%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하지만 중 · 장기적으로 변동적 재생에너지(태양광 · 풍력)의 비중이 확대됨에 따라 높아지는 출력 변동성을 전력계통이 안정적으로 수용하지 못하는 한계점과 발전 및 송전 제약에 의해 발전의 출력이 삭감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발전부문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 달성 시 계통안정성과 출력 삭감(Curtailment)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계통안정성과 출력 삭감을 보완하는 기술적 대안으로는 백업전원이 필수적이며, 특히 ESS는 변동적 재생에너지의 출력 변동을 완화해 주파수와 전압을 조정하는 시스템으로서 계통안정성 확보와 출력 삭감량 최소화에 효과적이다. 이러한 ESS는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에너지 수급체계 구축에 효과적인 수단으로, 막대한 시장 잠재력이 기대되며,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최근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 ESS 설치 누적용량은 2012년 0.3GW 수준에서 2016년 1.6GW로 약 5.3배 증가하였으며, 우리나라의 설치용량은 0.3GW로 일본, 독일보다 높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국은 ESS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전력수급 안정화, ESS 산업 육성을 위한 보급사업 및 인센티브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2012년부터 360억 엔 규모의 ESS 설치 보조금 사업을 추진 중이다. 미국은 ESS 의무화 법안(AB 2514)을 마련해 자가발전 인센티브 프로그램(Self Generation Incentive Program, SGIP)을 통해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와 함께 설치되는 3MW 이하 ESS에 최대 2$/W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독일은 2013년부터 독일 정부 금융기관인 KfW(독일재건은행)에서 태양광 연계 ESS에 최대 660€/kW와 저장장치 가격의 최대 30%에 달하는 인센티브를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태양광 연계 ESS 설치에 REC 가중치 5.0을 부여함으로써 ESS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REC 가중치 우대조치 이후 강원도 고성에 MW급 ESS 연계 태양광발전소가 최초로 준공되는 등 ESS 보급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ESS 내수시장이 빠르게 성장해 오는 2020년에는 5,000억 원 규모(800MW)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ESS 특례요금 할인(공장, 상가건물에 피크저감용 ESS를 활용 시 ESS 사용량에 따른 기본요금 할인액 3배 확대, 충전요금 50% 할인 및 설치용량별 할인 차등지원), 공공기관 ESS 의무 설치(2017년부터 1,000kW 이상 공공기관 건물은 계약전력의 5% 규모의 ESS를 의무적으로 설치) 등의 제도를 시행 중이며, 추가적으로 에너지신산업 특례요금제(신재생에너지와 ESS를 함께 설치하면 요금을 추가로 할인해주는 제도) 개편을 추진 중이다.

ESS 시장 조성을 위한 적극적 지원 필요

ESS 시장에 대한 에너지 전문기관들의 낙관적인 전망과 정부 지원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사업화는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그 원인으로 ESS의 경제성과 기술적 신뢰성 미확보를 들 수 있다. BNEF(2017)에 따르면, 1MW급 ESS 전체 설치비용은 리튬이온 배터리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2017년 631USD/kWh에서 2025년 369USD/kWh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 ESS의 보급과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설치비용 및 운영 · 유지비용이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설치비용 부담으로 민간 주도의 ESS 프로젝트는 일부 기업 외에는 전무한 상황이다. 또한 ESS에 대한 충분한 기간의 실증경험이 부족해 기술적 신뢰성에 시장의 우려가 존재하므로 시장 조성을 위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ESS의 설비투자비 부담 완화를 위한 설치 보조금 지원이 확대되어야 한다. 민간의 자발적 투자 및 R&D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보조금 및 금융서비스 지원이 요구된다. 이와 함께 제3자가 투자하여 설치 · 운영하는 ESS 대여 사업을 진행해 초기 투자비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될 필요가 있다. 또한 경제성 확보를 위해 ESS 전용 요금제 도입이 요구된다. 경부하 시간대와 최대부하 시간대 간의 요금 폭을 확대하거나 최대부하 시간대를 늘리는 대신 중간부하 시간대의 요금을 낮추는 방식의 수요관리형 요금제도를 설계할 수 있다.
시장의 기술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최근 공급 측면에서 기업들의 참여로 저장기술, 전력조절장치(Power Conditioning System, PCS), 에너지관리장치(Energy Management System, EMS) 등의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기술개발 초기단계라서 위험과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지속적인 R&D 투자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ESS 보급 확산이 이루어지는 현시점에서 정부가 적극 개입하여 기술 신뢰성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ESS 기술개발 협력 시스템을 구축하여 국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와 함께 시장의 신뢰성 확보를 위한 검증 및 확인 절차를 거쳐 다양한 이해 관계자와 정보 교류를 추진해야 한다.
정부가 친환경 미래 에너지 발굴 · 육성을 국정과제로 선정한 만큼 향후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한 강력한 정책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20%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변동적 재생에너지의 계통안정성 확보와 발전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ESS 보급이 필수적이다. 우리나라 ESS 시장의 미래는 앞서 언급한 과제(경제성과 기술 신뢰성)를 어떻게 해결해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ESS가 보조금 없이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기술 및 자원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비용이 하락하여 가격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와 함께 ESS의 효과뿐만 아니라 기술 신뢰성과 안정성이 입증되어 전력 산업계로부터 공급자원으로, 수용가로부터 수요자원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가 제도를 개선해 민간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고 기업이 적극적으로 ESS 기술개발을 추진해나간다면 변동적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따른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Show More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