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리포트

공공자전거

지구를 위한 두 바퀴의 힘

자전거가 대기오염, 에너지 고갈 등 지구적인 문제를 비롯해, 나라마다 몸살을 앓는 교통대란을 해소할 대안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지는 오래됐다. 공공자전거는 이를 개인의 실천에 기대기보다 공공 부문으로 가져와 대대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안착시킨 것이다. 더욱이 공유의 가치를 일깨우고 삶의 영역에 정착시키는 데 제 몫을 톡톡히 한다.
트랜드 리포트 | 글 이은정 기자

공공자전거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대기오염 문제나 교통체증 등을 해결하기 위해 대여·반납 체계를 갖춰 시민들에게 자전거를 제공하는 이른바 ‘자전거 공유 서비스’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이 주도한다는 점에서 일반 기업이나 민간단체가 운영하는 공용자전거와 다르다. 공공자전거는 일정한 구역마다 자전거대여소나 정류소를 두고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대여해 사용한 후 반납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단거리 이동에 좋아 출퇴근용으로 자주 쓰이는데, 최근에는 운동이나 레저용으로도 즐겨 활용된다.

자동차 소유보다 자전거 공유를 꿈꾼 ‘하얀자전거운동’

공공자전거는 주로 대도시를 중심으로 자리를 잡았다. 도시 공공자전거를 가장 처음 시작한 곳은 네덜란드다. 무정부주의 운동인 프로보스(Provos) 운동이 한창이던 1965년, 자동차를 소유하기보다 자전거로 공유를 꿈꿨던 이들이 단 세 대의 자전거로 시작한 ‘하얀자전거운동’이 출발점이다. 하얀색으로 칠한 자전거 세 대를 거리에 두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했던 이 프로젝트는 경찰에 의해 즉각 제지당했으나 그 때문에 더 유명해졌다. 당시 이 운동은 별다른 임팩트 없이 끝났으나 이후 세계 곳곳으로 번져나갔고 나라마다 혹은 도시마다 개성 있는 공공자전거로 재탄생했다.
공공자전거를 태동시킨 네덜란드에서는 현재 자전거가 일상의 교통수단이자 레저 수단이 됐다. 국토 대부분이 굴곡 없는 평지인 데다, 자전거 전용도로와 전용 신호등까지 잘 갖춰져 있고 교통체계 또한 자동차보다 자전거를 우선한다. 특히 암스테르담은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자전거 공유 시스템을 갖춘 곳으로 손꼽힌다.

파리·런던·시카고 등 제각각 공공자전거 시스템으로 확산

네덜란드 외에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미국 시카고, 일본 등도 성공적인 공공자전거 시스템으로 주목받는 곳이다. 파리의 공공자전거 ‘벨리브(Velib)’는 2007년 서비스를 처음 시작했다. 이곳 또한 지구 온난화를 해결하고 인구 유입으로 인한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공공자전거를 도입했다. 곳곳에 무인 대여소를 설치해 편리하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한 덕분에 현재 벨리브는 파리 시민의 좋은 이동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파리시 자전거 이용자의 3분의 1 정도가 벨리브를 이용해 벨리브를 타봐야 진정한 파리지앵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자전거는 파리를 관광하는 여행자에게도 유용한 이동수단이다.
런던은 보리스 존슨 시장 재임 시절인 2010년에 처음 공공자전거를 도입했다. 파리에서 공공자전거가 성공적으로 안착해나가는 것을 유심히 살핀 보리스 시장은 벨리브 시스템을 비롯해 암스테르담의 자전거 전용도로 및 전용 신호등 정책을 벤치마킹해 과감하게 추진했고 스스로 자전거로 출퇴근하며 솔선수범했다. 런던 시민들이 공공자전거를 ‘산탄더(Santander)’라는 정식 명칭이 아닌, ‘보리스 자전거’로 부르는 것이 이 때문이다. 도로가 좁고 교통량이 많아 자전거 타기에 결코 좋은 환경이 아니었던 런던에서 현재 공공자전거는 또 하나의 대중 교통수단으로 인정받는다.
2013년에 공공자전거를 처음 도입한 시카고는 다른 도시보다 늦게 시작했으나 현재 대표적인 자전거 친화적인 도시로 꼽힌다. 공공자전거에 ‘디비(DIVVY)’라는 공식 명칭을 붙여 브랜딩하고 간선도로 변 전용차선을 확충해 이용률을 꾸준히 높였으며 무엇보다 도심뿐만 아니라 변두리 지역까지 확대한 것으로 유명하다.

따릉이·누비자·타슈·어울링 등 개성 만점 브랜드로 지역에 정착

우리나라에서 공공자전거는 2008년 창원에서 시작돼 전국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주로 유럽의 공공자전거 시스템을 벤치마킹했으나 지방자치단체마다 제각기 다른 시스템, 다른 브랜드로 정착했다. 따릉이, 타슈, 누비자, 여수랑, 온누리, 페달로, 그린씽, 반디클, 피프틴 등 귀엽고 친근한 명칭이 모두 국내 공공자전거 서비스 브랜드다.
현재 가장 주목받는 것은 서울시의 ‘따릉이’다. 2015년 10월, 자전거 2,000대, 대여소 150개로 공식 출범한 따릉이는 2017년 7월 말 현재 25개 자치구에 자전거 1만 6,000대, 대여소 896개를 구축했다. 3만 4,100명이던 회원도 2017년 8월 현재 23만 1,250명으로 크게 늘었다. 시민들은 웹사이트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대여소에서 간편하게 대여하고 단거리 운행용으로 주로 이용한다. 서울시는 이미 2010년에 자전거 600대로 공공자전거 정책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상암과 여의도를 중심으로 배치했으나 이용자가 많지 않고 유지비용이 만만치 않아 2015년 4월에 공식적으로 중단했다가, 이를 현재 따릉이로 재탄생시켰다. 서울시는 따릉이를 다시 출범시킬 때 기존 시스템의 실패 요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보완했다. 가벼운 자전거를 활용하고 비치 대수를 두 배로 늘려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비치하고 이용료도 현저히 낮춘 것. 지난 8월 서울시민 2,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유정책 인지도 부문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따릉이에 대한 만족도가 91.9%를 기록할 정도로, 따릉이는 서울 시민의 편리한 발로 정착해나가는 중이다. 서울시는 올해 안에 따릉이 2만 대 시대를 열 계획이다.
창원시의 ‘누비자’는 우리나라 최초의 공공자전거 서비스로 유명하다. 2008년에 시작해 현재 270개 터미널에 4,000대를 운영하며 창원 시민들의 발로 제 몫을 톡톡히 한다. IT 기술을 활용해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 또는 교통카드만 있으면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주효했다. 창원시는 4년 전 네팔,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에 성공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 밖에 세종시의 어울링, 대전의 타슈, 순천시의 온누리, 안산시의 페달로, 거창군의 그린씽, 여수시의 여수랑 등 전국 곳곳에서 각 지역의 특색을 반영한 공공자전거를 운영 중이다.

공유의 가치 존중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한 때

현재 공공자전거는 환경까지 생각하는 대안적 교통수단으로 확실히 자리를 잡은 모양새다. 세계 곳곳에서 공공자전거 도입을 추진하거나 확산을 독려 중이고 국내도 마찬가지. 반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자전거 전용도로 등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는 문제 외에 기관이 안은 현실적인 고민은 예산이다. 이용객은 꾸준히 늘지만 대부분 대여료만으로 운영비를 충당하지 못한다. 따릉이의 경우 지난 8월 기준 41억 5,700만 원을 투입했으나 이용권 판매 수익은 17억 400만 원이었다. 이용자의 사고 위험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서울시의 경우 자전거를 대여해 사용하는 중에 발생한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보험을 드는 한편, 이용안내수칙을 알리는 캠페인을 꾸준히 펴는 중이다. 음주 운전하지 않기, 이어폰이나 휴대전화 이용하지 않기, 보행자 우선하기, 적정 속도 유지하기, 도로 우측 가장자리로 달리기, 공공자전거 훼손하지 않기 등 안전수칙을 적극 알리고 성숙한 시민의식에 호소하고 있는 것.
공공자전거의 출발은 공유의 가치에서 비롯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공유의 가치에 대한 존중이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완성된다는 점이다. 지구를 위하고 모두를 위한 공공자전거의 확산과 정착이 다시 우리의 몫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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