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n Project

연료전지의 국내외 현황 및 전망

신규원전 건설 중단, 노후 석탄화력 폐쇄,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20% 달성.

신규원전 건설 중단, 노후 석탄화력 폐쇄,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20% 달성. 이는 에너지 정책이 대전환의 기로에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거의 존재감이 없는 재생에너지 비율을 비약적으로 확대하는 데 따른 사회적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확대 정도는 전체 시스템의 유연성에 달려 있기 때문에 에너지 정책도 기저부하의 설비용량 중심에서 시스템 유연성 중심으로 이동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Project Ⅰ | 글 이해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고온에너지연구센터 일러스트 이은호

 

재생에너지 비율이 대체로 15% 이상에 도달하면 시스템 유연성을 확대하는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따라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20% 목표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한 실천적인 의미와 함께 에너지 시스템 전체의 유연성과 경제성을 따져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시스템 유연성 확대 대책은 그리드 유연성 확대, 발전 유연성 확대, 에너지 저장 확대, 수요관리 등 네 가지가 있다. 연료전지 기술은 온사이트 분산형 열병합 발전기술로서 친환경성과 에너지 효율이 높고, 연료전지의 역반응으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즉, 연료전지 기술은 에너지의 대용량 장기 저장과 열병합 발전 기능을 통해 시스템 유연성을 효과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
본고에서는 국내외 연료전지 보급정책과 시장 현황을 비교·분석함으로써 국내 정책의 효율성을 진단해보고, 재생에너지 비율이 높은 유럽의 연료전지 활용 사례를 살펴보면서 향후 연료전지 기술이 미래에너지 시스템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할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아직은 미미한 국내 연료전지 시장

국내외를 막론하고 신재생에너지 시장은 절대적으로 공공정책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2년부터 시행된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를 기점으로 연료전지 보급이 빠르게 확대돼왔다. 국내 RPS 시장은 150MW의 MCFC(용융탄산염 연료전지)를 공급한 포스코에너지와 60MW의 PAFC(인산형 연료전지)를 공급한 두산 퓨얼셀이 양분하고 있다. 양사의 국내 생산 설비도 각각 연산 80MW와 60MW를 갖추고 있어 서플라이 체인 강화와 시스템 용량 확대를 통해 시스템 가격은 시장 상황에 따라 상당한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조적으로 주택·건물용 PEMFC(고분자 연료전지) 시장은 건물지원제도와 공공건물 의무화 제도, 신재생 건물 인증제도 등 제도적 지원하에 성장해왔다. 2015년 말 기준으로 주택·건물용 연료전지의 누적 보급 용량은 2.9MW 수준에 불과하다(2015년 신·재생에너지 보급통계,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2016. 11). 누적 보급 대수 2천 대로 거의 동일한 시점에 시작된 일본의 에너팜 제도로 보급 대수가 15만 대에 이른 점을 고려하면, 국내 보급정책은 에너지 정책은 물론 산업정책 측면에서도 실효성이 미미한 것으로 판단된다.
2022년에서 2026년 정도에는 연료전지가 기존 설비들과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연간 보급량의 편차가 매우 큰 상태에서 연료전지 산업 생태계를 효과적으로 강화하는 것은 쉬운 과업이 아니다. 보급정책은 지속성과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고, 동시에 목표로 하는 시장 크기(보급 용량)를 정의하고 정책기간 동안 산업생태계를 구축하고 유지할 수 있는 수준으로 시장 성장률을 조절하는 구체적인 정책 설계를 필요로 한다.

해외 연료전지 추세

해외의 연료전지 정책 중에서 시행 기간이 10년 이상인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자가발전 인센티브 제도(Self-Generation Incentive Program)와 일본의 에너팜(Ene-Farm) 제도를 살펴보면 국내 보급정책의 허점을 파악하기 쉽다. 피크부하 저감을 위한 자가발전 분산전원 보급제도인 SGIP는 최저효율, 온실가스 배출량, 오염물질 배출량 기준을 추가함으로써 연료전지의 보급을 촉진했다. 실제로 연료전지가 배출하는 오염물질(미세먼지, NOx, SOx)은 거의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다. SGIP 제도의 수혜기업 중에서도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lid Oxide Fuel Cell)를 생산하는 Bloom Energy는 중앙정부의 세액공제, 주정부의 인센티브, 주 소재 제조사 인센티브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비즈 모델을 개발하여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반면 일본의 에너팜 제도는 탄탄한 부품 공급체계와 적극적인 보급 확대를 통해 세계 최대인 15만 대 이상의 주택용 연료전지를 보급했다. 에너팜 제도가 국내 보급정책에 시사하는 점은 보급정책이 산업투자를 유발할 수 있는 시장 환경(시장 크기와 성장률)을 조성해주어야 신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530만 대의 에너팜 연료전지를 보급한다는 더욱 도전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원전 3~4기에 해당하는 530만 대의 연료전지는 수요(용량, 시점, 지역)와 공급을 일치해 시스템의 유연성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에 일본은 연료전지를 지능형 미래에너지 시스템의 핵심 구성요소로 선택했다고 판단된다.
한국과 일본의 주택용 연료전지 보급정책의 실적을 비교해보면 양국의 학습률은 각각 0.147과 0.185로 누적 보급 대수가 두 배로 증가할 때의 가격저감 효과는 각각 14.7%와 18.5%이다. 반면 에너팜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47%로 10%에 불과한 국내 시장의 거의 5배이다. 에너팜 제도는 에너지 정책의 일환이지만 산업정책으로서의 실효성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2018년까지 대당 60만 엔으로 설정한 일본 정부의 목표는 특별한 기술혁신이 없는 경우 학습효과만으로는 2022년경에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2015 SGIP Cost Effectiveness Study: 발전용 연료전지의 시스템 가격은 누적 보급용량이 16GW 규모에 도달하는 2026년경에 다른 분산전원 시스템(마이크로 터빈, 디젤발전기 등) 가격과 거의 동일한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미츠비시-히타치사가 개발한 SOFC-mGT 하이브리드 발전 시스템의 대용량화와 분산전원 시장 진입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250kW 시스템의 실증시험이 진행되는 가운데 2018년에는 1.3MW 하이브리드 시스템, 2021년에는 10MW급 SOFC-GT-ST 삼중 복합발전 시스템의 기술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 따라서 가까운 미래에 발전용량에 관계없이 초고효율(60%) 분산발전 시스템이 시장에 진입할 것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MHI Technical Review 48(3) (2011), SOFC XIII (2013), Fuel Cell Seminar (2015)].

재생에너지의 핵심 연료전지

재생에너지 비율이 높은 유럽은 변동성을 억제하기 위하여 에너지 저장과 백업전원의 설비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력 분야와 함께 열과 연료 분야까지 ‘재생에너지’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즉, 에너지 소비량의 23%를 차지하는 전력의 무탄소화와 함께 나머지 77%를 차지하는 열과 연료 분야로의 확산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재생전력의 대용량 장기저장 수단의 하나인 P2G 기술을 통하여 합성가스, 재생메탄, 재생수소는 물론 액체연료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덴마크는 풍력발전으로 얻은 재생전력을 이용하여 물과 이산화탄소로부터 메탄가스를 합성하는 소규모 실증에 성공하여 ‘재생전력’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다.
장기적로 P2G 기술과 분산형 재생에너지원이 결합하면서 전력, 열, 연료 그리드는 하나의 통합 그리드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료전지 기술은 P2G 및 열병합 발전 기능을 통해 통합 그리드를 구성하는 핵심적인 기능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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