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Column내일을 생각하다

친환경성과 안전성을 높이자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에너지전환 정책이라고 부른다. 우선 탈원전 로드맵에 따라 신규 원전 6기의 건설계획을 백지화하고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을 금지하는 등 원전의 비중을 크게 줄이기로 했다. 또 노후 석탄발전소 10기를 폐지하고 건설 중인 석탄발전소 일부를 LNG발전소로 전환하며, 운영 중인 석탄발전소 39기에는 배출허용 기준을 두 배로 강화하는 한편, 석탄발전소의 성능을 개선하고 환경설비를 교체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올리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한마디로 에너지전환 정책은 발전설비를 건설하고 운영할 때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았던 ‘경제성’이라는 단일변수를 넘어서서 친환경성과 안전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Opinion Column 2 | 글 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지금까지 우리나라 전력산업의 모토는 값싸고 안정적인 전력의 공급이었다. 이는 우리나라가 경제개발의 방향을 제조업 기반 구축을 통한 수출입국으로 내세웠기 때문에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산업의 원동력으로서 전력 에너지의 공급을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그 결과 과거에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해 원전과 석탄화력 등 기저발전소를 중심으로 대용량 발전설비를 건설했다.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소는 안전성과 환경문제로 인해 인구밀집 지역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 건설된다. 또 새로운 입지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아 기존 발전단지에서 새로운 발전기를 추가로 늘려나갈 수밖에 없어 결국 대단위 발전단지로 확장되게 마련이다. 이에 따라 지나치게 큰 발전단지 규모에 따른 송전 문제와 전력계통의 안정성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에너지전환 시대는 대규모 발전설비의 건설을 지양하고 분산형 전원에 의한 전력계통의 안정성과 밸런스를 중시한다고 볼 수 있다. 즉, 중소 규모의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전국적으로 고르게 분포되어 있어 설령 몇 개가 멈추더라도 대다수 발전설비가 건강하게 작동하면 큰 문제가 없는 균형 잡힌 발전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수도권이나 대도시 인근에서도 동원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가스발전소, 열병합발전설비 또는 자가발전설비 등을 폭넓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기저부하에서 가능했던 높은 가동률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수시로 변하는 상황 속에서 발전설비의 기민한 작동이 필요하기도 하고 다양한 발전원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저장장치와 발전원의 최적 조합이 필요할 수 있다.
정부는 지난 6월 말에 화력발전 상한제약을 10월부터 시범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고 다음 날까지 미세먼지 농도가 50μg/㎥ 이상으로 예상될 경우 석탄발전소가 있는 5개 시도(강원, 경남, 인천, 전남, 충남)와 유류발전소가 있는 2개 시도(경기, 울산) 등 7개 시도지사는 해당지역 소재 석탄 및 유류발전소에 대해 다음 날 출력제한을 요청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발전회사는 사전에 전력거래소가 전력수급 및 계통 안정성, 미세먼지 저감효과 등을 고려하여 선정한 대상 발전기에 상한제약을 시행한다. 이 같은 상한제약 대상으로 지난해 미세먼지 배출실적이 0.1kg/MWh 이상인 42개 화력발전소가 선정되었는데 한국남부발전의 경우 하동화력 1·2·3·4·6·7·8호기가 이에 해당된다. 이러한 화력발전에 대한 출력제한은 이미 2017년 3월에 환경급전을 위한 전기사업법 개정으로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환경적 책임 이행에 적극적 대처

에너지전환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먼저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배출에 대한 발전사업자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즉, 주민들, 환경단체 또는 정부에서 오염물 배출과 관련된 문제를 제기하기 이전에 스스로 이에 경각심을 갖고 오염물질 배출을 줄여나가고 지역사회의 우려를 미리 인지하여 같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현재 한국남부발전이 제주도에서 건설하고 있는 남제주 복합화력발전소나 대정 해상풍력 등은 이런 의미에서 청정 관광지역인 제주의 대기환경 개선을 위한 과제이므로 적극적인 홍보를 수행하여 배관망의 건설과 해상풍력 입지 등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에너지전환 시대는 발전사업자에게 전력공급과 함께 전력생산방법도 묻고 있다. 즉, 전력생산과 함께 환경적 책임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적 책임을 이행한다고 해서 안정적인 전력공급의 의무를 희생한다거나 게을리해도 된다는 식의 변명은 있을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에너지전환 시대의 발전사업자는 단순한 전력 생산자를 넘어서서 전력 공급자라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즉, 자신의 발전설비에서 생산한 전력뿐 아니라 자가발전이나 다른 발전사업자 등 다양한 발전설비로부터 전력을 취합하여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즉, 에너지전환 시대의 발전사업자는 전력생산의 1차 주체를 넘어 한전이나 전력거래소에 안정적 전력공급을 책임진다는 공급계약자의 역할까지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앞으로 전력시장도 변화할 수 있다. 가스발전에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역할을 부여하기 위해서 전력시장 운영방식이 변동비 반영풀에서 가격입찰 방식으로 바뀔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한국남부발전은 앞으로 진전될 수 있는 전력시장의 개편 이후까지도 내다볼 수 있도록 내부적 역량을 키워야 한다. 변화하는 시대에는 준비된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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