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알아야 성공의 지름길로 갈 수 있다고 했다. 두온시스템이 오늘날 탄탄한 중소기업으로 내실을 다질 수 있었던 데는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진일보하는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는 뚝심이 큰 몫을 차지했다. 여러 차례 겪어야 했던 시행착오의 과정들을 회사 성장을 위한 자연스러운 성장통이라 여기고 이를 동력 삼아 더 큰 도약을 이뤄낸 두온시스템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함께, 상생 | 글 편집실 사진 사진 STUDIO 100
지능형 전송기 국산화의 주역
두온시스템은 지난 1989년 초창기에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분산형 제어시스템(DSC) 사업을 수행하는 회사로 출발했다. 발전소 중앙제어실에 컨트롤 시스템을 공급하는 사업에 참여하는 국내 기업으로 출발했지만, ‘남의 기술’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보다는 독자기술을 개발해 우리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의지로 두온시스템을 설립, 자체 기술 개발에 돌입했다. 김영수 대표는 ‘이때부터가 고행의 시작’이라며 웃는다. 당시 발전소에 들어가는 컨트롤 시스템의 95%가 외산인 상황에서 점차 컴퓨터가 콤팩트화되는 추세와 맞물려 센서를 국산화하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자체 기술 개발에 착수하게 되었던 것.
“산업현장 프로세스 제어의 기초이자 핵심인 전송기 분야의 국산화라는 열망을 안고, 지난 1995년부터 연구개발에 착수해 숱한 난관과 어려움 끝에 2001년 지능형 전송기들을 독자 기술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CE 마크 획득과 함께 브랜드 이름을 ‘AUTROL’이라 정하고 본격적으로 시장에 제품을 출시하기 시작했죠.”
두온시스템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지능형 전송기 AUTROL은 자동제어 시스템에 쓰이는 장비로, 액체 및 기체의 압력, 온도, 수위 등을 인지해 디지털 신호로 바꿔 중앙제어장치에 전달해준다. 발전, 석유화학, 제철, 식음료, 반도체, 유리, 조선 등 산업 전반에 걸쳐 두루 사용되는 AUTROL 제품군은 그간 수입에 의존하던 지능형 전송기 시장에 국산화 바람을 몰고 온 혁신의 주역으로, 국내외 특허 및 인증을 획득하며 국제 규격에 맞는 생산체계를 갖추고 글로벌 메이커로 성장하고 있다. 순수 자체 기술로 개발하고 직접 생산하는 까닭에 외산 대비 가격경쟁력이 높다는 장점이 있고, 국내 화력·원자력 발전소와 지역난방공사, 가스공사, 조선사 등에 공급되고 있어 안정성과 신뢰도를 보장받고 있다는 점도 AUTROL의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지능형 전송기가 전체 설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8%에 불과하지만, 인체에 비유하면 신경에 해당하는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검증되지 않은 국산 제품을 사용하는 것을 굉장히 꺼립니다. 너무나 당연한 결정이기도 하고요.”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고도 판로가 없다면 무용지물일 터. 그 어려운 시기에 손을 내밀어준 곳이 바로 제주화력발전이기에 김영수 대표는 남부발전과 맺은 인연을 각별하게 생각하고 있다.
신뢰와 배려를 바탕으로 상생의 힘을 키우다
두온시스템이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힘은 국산화에 대한 발전회사의 남다른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남부발전과 두온시스템의 만남은 지난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외산 일색인 계측기 시장에서 국내 자체 개발로 지능형 전송기를 개발한 성과를 인정받아 제주화력발전 3, 4호기에 지능형 압력전송기와 온도전송기 760대를 공급하게 된 것이다.
“그때 공급한 제품들이 현장에 설치되면서 문제를 일으켰고, 발전소가 정상 가동을 못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단순 리콜이 아니라 많은 비용 손실이 예상되었지만 처음 믿고 사용해주었던 남부발전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이미 공급된 전송기 760대를 우선 외산 제품으로 교체해 발전소 운영에 문제가 없도록 선조치한 후, 원인을 파악해 2006년 남부발전과 용역 계약서를 작성하여 외산 제품으로 교체한 760대를 다시 두온시스템 제품으로 교체하게 되었습니다.”
남부발전과 맺은 첫 인연이 우여곡절을 겪긴 했지만, 김영수 대표는 두온시스템의 발전소 첫 PJT인 만큼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자부한다. 남부발전과 첫 PJT 수행 이후 지금까지 관계가 이어져올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믿고 기다려준 남부발전과 고객에게 판매한 제품은 끝까지 책임진다는 두온시스템 사이에 신뢰와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남부발전에서 진행한 ‘KOSPO Small Giant’ 육성사업 연구 과제를 성공적으로 완료하고, 2017년 한국남부발전 TEST-BED 사업을 성공리에 마무리하는 등 두 회사는 돈독한 파트너십을 이어가고 있다.
협력사는 남부발전이 가고자 하는 길에 동행자 입장으로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김영수 대표는 힘든 상황에서도 신뢰를 잃지 않고 지원을 아끼지 않은 남부발전에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Plant 기자재는 단시간 내에 완성하기가 쉽지 않은 아이템인 만큼 필수 소요 아이템들로 현장검증 기회를 갖고 세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많은 기회를 제공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바람직한 상생은 서로 신뢰하고 배려하는 가운데 서로가 원해야 비로소 이루어진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두 회사가 앞으로도 동반성장을 위한 협력사이자, 굳건한 파트너가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