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5대 사장
‘곡식은 하나를 심어서 하나를 거두고, 나무는 하나를 심어서 열을 거두지만, 하나를 심어 백을 거두는 것이 사람’이란 말이 있다. 그만큼 인재가 중요하고, 좋은 인재가 미래를 이끌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전력업계에 몸담은 36년이라는 시간도 보람되지만,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지금이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다는 이상호 사장. 학문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4차 산업혁명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는 그는 앞으로는 융합적 사고력을 갖춘 직원을 많이 키워내는 기업이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궁극적으로 회사는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 까닭이다.Interview | 글 편집실 사진 STUDIO 100
남부발전에 관한 소식은 언론에서 간접적으로 듣는 것이 전부. 아무래도 회사를 떠난 전임 사장이 과도하게 관심을 가져서도 안 된다는 것이 이상호 사장의 지론이다. 그래도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어서 좋은 기사가 실리는 날에는 동료 교수나 학생들에게 자랑하면서 덩달아 뿌듯한 마음이 드는 것을 감출 수 없단다. 이상호 사장은 아무래도 인지상정 아니겠냐며 웃어 보인다. 직원 시절부터 시작해 남부발전 사장까지 36년간 몸담은 곳이니 애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을 터. 좋은 소식만 들렸으면 좋겠고, 더 성장하고 발전하는 일만 생겼으면 하는 것이 선배로서의 바람이란다.
“최근 국내외적으로 에너지 이슈와 관련해 큰 변화를 맞고 있는데, 특히 국민의 여러 가지 요구와 전력사업의 수익성 악화 등 발전회사들이 점점 더 어려워지겠다는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입니다. 위기는 기회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말도 있듯이 남부발전이 먼저 선점해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상호 사장은 이번에 새로 선출된 지방단체장들이 신재생에너지 공약을 강조하고 있는 점을 들어 남부발전이 관심 있는 지자체와 MOU를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특히 송철호 울산광역시장은 동해 가스전 주변에 300MW급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만큼 적극적인 자세로 대처하면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여기에 하나 더 덧붙여 국내 발전사업은 한계가 있으므로 사업영역 확대 차원에서 해외로 사업영역을 넓히되 반드시 대기업과 협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재 양성의 소중함과 자부심
“최근 남북 관계가 화해 무드로 접어들면서 경협 차원에서 전력공급은 필수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특히 남부발전이 세계 최대 유동층 발전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장점을 앞세워 무연탄이 풍부한 북한에 전력설비를 건설하는 계획에 동참하고, 산림청과 MOU를 체결해 북한 내 조림사업에 동참해 CO₂ 배출권을 확보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네요.”
이 밖에도 원자력, 석탄발전설비 축소 등 정부 방침에 부합해 대기 중 CO₂를 이용하는 발전방식 신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등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는 이상호 사장을 보면서 남부발전의 미래 먹거리를 위해 이런저런 고민과 생각을 많이 한 흔적이 느껴진다. 이는 강단에 서는 교수로서 가지는 학문적 호기심이자, 36년 업력에서 묻어나오는 회사에 대한 애정이 아닐 수 없다. 그 또한 강산이 세 번 바뀌는 동안 전력업계 밥을 먹었는데 이 정도 깜냥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표정으로 웃어 보인다.
“남부발전에서 일했던 지난 시간에 자부심도 크지만,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서 오는 보람도 커서 참 잘한 선택이다 싶어요. 특히 이곳 울산대학교가 모교인 만큼 선배 입장에서 후배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경험과 학문을 가르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보람된 일인지를 새삼 깨닫고 있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우수한 인재를 키워내는 일이 기업, 나아가 국가 발전의 초석이 된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다는 이상호 사장. 그가 4차 산업혁명에 관해 연구하고 준비하는 이유도 인재 양성의 필요성에서 기인한다.
“예전에는 산업혁명이 100년 주기로 일어났다면, 4차 산업혁명은 50년 만에 이루어졌고, 앞으로 다가올 5차 산업혁명은 20~30년 만에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남부발전에 새로 입사하는 신입직원들은 퇴직 전에 5차 산업혁명이라는 더욱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전 세계 교육계에 주어진 공통된 고민이자 최대 화두는 ‘앞으로 어떤 인재를 길러내야 하느냐’다. 사회 변화를 이끌어갈 주역들이 이공계 학생들이므로 이들의 역량을 어떻게 키워야 하나, 대학은 무엇을 가르쳐야 하나를 고민하고 있다는 이상호 사장은 인간과 로봇이 같이 근무하는 시대를 맞아 기억력, 정보처리, 계산능력은 인공지능에 맡기고 인간은 창의력을 발휘해야 하므로 협력하고 공감할 줄 아는 인성을 갖춘 인재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공지능 시대에 주입식 교육은 맞지 않아요. 교육에도 혁신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문제를 발견하는 능력을 키우고, 융합적 사고력을 키우고, 협업하는 능력을 키워내야 합니다. 이는 회사도 마찬가지여서 융합적 사고력을 갖춘 직원을 많이 키워내는 회사가 4차, 나아가 5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가는 주역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남부발전이 새로운 시대 변화에 부합하는 우수한 인재를 길러내는 일에 역점을 두고 경쟁력을 높여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결국 인재 양성이 가장 중요하고 그래서 교육이 필요하다는 이상호 사장의 확신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