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아주 예쁜 아이가 있었다. 마을 사람 모두 그녀를 사랑했다. 특히 할머니는 그녀를 특별히 사랑하여 빨간 망토를 선물해주었다. 사람들은 예쁜 아이를 ‘빨간 망토’라고 부르게 되었다. 세월이 지나 아이는 소녀가 되었고, 숲속에 사는 할머니는 몸이 쇠약해지고 병들었다. 어머니는 어느 날 빨간 망토를 불러 이렇게 말했다. “할머니께 이 빵과 포도주를 가져다주렴. 이 빵과 포도주를 드시면 할머니가 건강해지실 거야. 숲길로 2.5km 정도를 가면 할머니 집이 나온단다. 다른 길로 새거나 하면 안 된다. 오늘 낮에 도착해야 해. 빵이 상하고 포도주 병이 깨질지도 몰라. 그러면 할머니를 구할 수 없어. 명심하렴.”
상징은 문화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준다. 대문호 헤르만 헤세의 말이고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의 말이다. 우화와 신화는 상징으로 가득하다. 예수, 부처, 무함마드 같은 선지자의 가르침이 모두 우화의 형태를 띤 이유다. 빨간 망토 이야기를 통해 남부발전의 내면으로 들어가보자.
기업문화 오디세이 | 글 신상원 기업문화 테라피스트,
『기업문화 오디세이』 저자, 신과기업SHIN&company 대표
빨간 망토 이야기가 주는 교훈
빨간 망토는 한 존재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의사 가운을 입고, 소방관 옷을 입고, 판사복을 입는 것처럼, ‘남부발전’의 옷을 입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남부발전이 된다. 빨간 망토는 바로 나 자신이고, 우리 조직이고, 남부발전이다. 빨간 망토는 할머니를 구해야 한다. 할머니는 무엇을 상징할까? 할머니는 오랜 지혜를 갖고 있다. 무엇보다 ‘빨간 망토’를 소녀에게 준 사람이다. ‘우리를, 우리이게 해준 존재’다. 할머니는 존재의 이유(Raison d’etre), 소명(vocation/calling)을 상징한다. 할머니는 언제든 쇠약해질 수 있다. 우리가 우리의 존재 이유를 잊어버리면, 즉 남부발전이 소명을 잊어버리게 되면, 고객의 가치를 경시하게 되면, 우리를 우리이게 한 존재인 고객은 쇠약해지고 남부발전과 멀어지게 된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는 빨간 망토로 하여금 할머니를 구하는 여정을 떠나게 한다. 조직의 리더들은 구성원들이 소명의식을 잃을 때마다, 고객의 가치를 다시 찾는 여정을 떠나게 해야 한다. 그 과업은 S.M.A.R.T.하게 제시해야 한다. 구체적이고(Specific: 쇠약한 할머니에게 빵과 포도주를 가지고 가기), 측정 가능하며(Measurable: 숲길로 2.5km를 걸어), 행동의 원칙을 제시하고(Action-oriented: 다른 길로 새거나 하면 안 된다), 실현 가능하며(Realistic: 할머니가 건강해지게 된다), 기한이 정해져 있어야(Time-phased: 오늘 낮까지) 한다.
빵과 포도주는 무엇을 상징할까? 우화나 신화에서 빵과 포도주는 연금술처럼 변형-거듭남(Transformation)을 상징한다. 날것인 밀가루는 발효되어 빵이 되고, 생포도는 발효되어 향기로운 와인이 된다. 기업의 용어로 바꾸자면, 바로 혁신(innovation)이리라. 혁신은 기존의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밀가루가 있어야 빵이 되듯이, 우리의 구성원들과 우리의 문화와 유산 속에 이미 혁신의 재료는 준비되어 있다. 혁신은 언제나, ‘자기 혁신’이다. 중요한 것은 뜨거운 의지와 열정, 발효의 시간과 노력이다. 빵과 포도주만이 할머니를 구할 수 있듯이, 자기 혁신의 노력만이 소명과 고객 가치를 되찾을 수 있다.
팀워크는 함께 답을 찾아가는 여정
이야기를 더 들어보자. 빨간 망토는 길을 떠났다. 숲길에 들어서자 늑대를 만났다. “안녕, 빨간 망토야.” 늑대는 친절했다. 어디를 가느냐고 물었다. 빨간 망토는 친절한 늑대의 말에 숲속 할머니 집에 간다고 말해준다. 늑대는 어린 소녀를 한입에 꿀꺽 삼키려고 침을 삼켰지만, 할머니까지 잡아먹기 위해 꾀를 냈다. “길을 벗어나면 예쁜 꽃들이 있단다. 작은 새들의 노래도 들어봐.” 달콤한 유혹이었다. 소녀는 생각했다. ‘그래, 좀 지체하면 어때? 길을 잠깐 벗어나도 되겠지.’ 그 사이에 늑대는 지름길로 달려가 할머니를 꿀꺽 삼켜버렸다. 그리고 할머니의 옷을 입고 모자를 쓰고 빨간 망토를 기다렸다. 빨간 망토는 예쁜 꽃들에 정신이 팔려 한참이나 후에 할머니 집에 도착했다. 기다리던 늑대는 빨간 모자도 한입에 꿀꺽 삼켜버렸다. 배가 부른 늑대는 침대에 누워 코를 골며 잠이 들었다. 코 고는 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길 가던 사냥꾼이 그 소리가 이상해 할머니 집으로 들어왔다. “네 녀석을 기어코 여기서 만나게 되는군!” 총을 쏘아 한 방에 늑대를 죽이려던 사냥꾼은 무언가 이상한 점을 느끼고는, 칼로 늑대의 배를 갈랐다. 그러자 빨간 망토가 튀어나오고, 이어서 할머니가 나왔다. 할머니는 숨을 못 쉬었지만 빵과 포도주를 먹고는 원기를 회복했다.
이제 이 이야기가 남부발전의 이야기가 되어 여러분 안에서 펼쳐질 것이다. 인문은, 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인문은 삶에, 경영에 통찰을 준다. 그것도 ‘같이, 함께’ 답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팀워크와 응집력이 만들어지고, 함께 성장할 수 있다. 이 글을 재미있게 읽은 분이라면, 팀원들 앞에 이 페이지를 펼쳐 놓길 부탁드린다. 같이 모며 다음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