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테크

아낀 전기 되팔기, 나도 해볼까?

전기를 아껴 사용하면 그만큼 전기요금을 절약할 수 있다. 그런데 단순히 요금을 절약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아낀 전기를 모으고 되팔아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현재 국내에서 운용되는 수요자원 거래 제도를 이용하면 된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는 그동안 대규모 사업장을 중심으로 진행하던 수요자원 거래를 가정과 개인으로 확대해, 이른바 국민DR시범사업을 올해 11월 말까지 진행한다.
에너지 테크 | 글 이은정 기자

전력 수급, 공급 위주에서 벗어나 수요 관리로 바뀐다

수요자원 거래(DR, Demand Response)는 전기 사용자가 전력 사용량이 많은 시간대에 전력 사용량을 줄일 경우 이를 계량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지원해주는 제도다. 전기 사용자가 전기요금 절감 또는 금전 보상 등을 위해 전력 소비를 줄이는 행위를 수요반응이라고 하고, 이렇게 아낀 전기를 판매할 수 있는 전력시장이 곧 수요자원 거래 시장이다. 수요자원 거래는 전력 계통의 수급 위기에 신속히 대응하고, 발전기 건설을 대체해 건설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전력 공급 비용을 절감하고 온실가스 저감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이때 전기 사용자는 감축량을 정확하게 산정하고 수요자원 실효성을 검증할 수 있도록 전기 소비 패턴이 일정하고 소비 전력량을 실시간으로 검침할 수 있는 사용자여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현재 세계적으로 전력 수급은 화석연료나 원자력 발전 중심의 공급 위주 정책에서 태양·지열·바람 등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수요 관리를 강화하는 정책으로 바뀌는 추세다. 국내에서 운용 중인 수요자원 거래도 수요 관리 강화 정책의 일환이다. 수요자원 거래 시장의 기본 개념은 수요자원과 발전자원이 전력시장에서 동등한 경쟁을 펴는 데 있다. 기존 전력시장이 발전자원에 의존했다면 앞으로는 발전자원과 수요자원을 통합한 거래 시장이 형성된다는 얘기다.
미국, 영국, 호주,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은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수요자원 거래 시장을 운용했다. 특히 미국은 1970년대 석유 파동을 겪은 후부터 수요 관리 정책을 실시했다. 초기에는 절감량에 대한 전기요금 리베이트 위주로 시행했으며 캘리포니아주에서는 2000년에 발생한 전력 위기 이후 20/20리베이트제도로 가정과 기업의 절전 의식과 행동을 크게 바꿔놓은 것으로 유명하다. 20/20리베이트는 전년 동월 대비 전기 사용량을 20% 줄이면 해당 월 전기요금의 20%를 환원해주는 제도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현재 미국은 수요자원 거래가 가장 활성화된 나라로 꼽히며 지역별로 다양한 수요반응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수요자원 거래 도입으로 그간 899GWh 전력 감축

우리나라도 중장기 에너지정책이 그간의 공급 중심에서 벗어나 수요를 관리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기 시작한 가운데, 수요자원 거래는 2014년 11월에 처음 시행됐다. 주요 선진국에 비해 늦은 편이었으나, 아시아 최초로 수요자원 거래 시장을 개설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국내는 그동안 공장이나 대형마트, 학교, 병원, 대형빌딩 등 전력 감축 여력이 크고 수익성을 확보하기 쉬운 대규모 사업장이나 기관을 중심으로 수요자원 거래를 운영했다. 기존 사용량보다 전기를 적게 사용하기로 수요관리사업자(중개업체)와 계약을 맺고 수요관리사업자가 아낀 전기를 모아 전력시장에 판매하고 수익을 나누는 방식으로, 최대 전력 삭감을 위한 피크감축DR과 전력공급 비용 절감을 위한 요금절감DR로 구분해 운영했다. 피크감축DR은 등록 감축 용량에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하며 전력거래소의 급전 지시에 반응해 최대 수요를 삭감하고 수급 불안정에 대응하는 방식이며, 요금절감DR은 전기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하루 전에 전력시장에 입찰해 일반 발전기 입찰가보다 수요 감축 가격이 저렴할 경우에 수요를 감축하는 방식이다. 올해 5월 1일을 기준으로 국내에서는 43개 수요관리사업자 및 2273개소 고객이 수요자원 거래 시장에 참여했다. 수요자원 운용 가능 규모는 원전 4기에 해당하는 4.2GWh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연평균 약 274.8GWh 전력을 감축하고 수요자원 거래를 통해 현재까지 899GWh 전력을 감축했다.

스마트에어컨·IoT 전력계측기 활용해 국민DR 시범 운영

산업통상자원부는 그동안 대규모 사업장 중심으로 진행하던 것에서 벗어나 지난 6월부터 일반 가정, 소형 점포 등 소규모 전기 사용자가 절약한 전기를 전력시장에 판매할 수 있는 소규모 수요자원 거래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시범 기간은 오는 11월 30일까지. 이번 시범사업은 일반 가정의 전기 사용자도 집에서 아낀 전기를 전력시장에 판매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이른바 ‘국민DR시범사업’으로 불린다.
이번 시범사업은 그동안 통신 수단으로 감축 지시를 내리던 것과 달리, 에어컨 등 가정 내 스마트 가전을 활용한 자동화 방식을 도입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기존에는 전력거래소로부터 전력 감축 요청을 받으면 공장 등 사업장 설비 관리자가 직접 냉난방 기기나 생산설비 등을 제어하는 수동방식이었다. 반면 이번 시범사업은 전력거래소와 가정 내 가전 사이의 전력 계측과 제어를 사물인터넷(IoT) 전력계측기가 담당한다. 가령 피크관리기능을 탑재한 스마트 에어컨에 전력거래소에서 신호를 보내면 에어컨 스스로 가동률을 조정해 전력 소비를 줄이는 방식이다. 현재는 스마트 에어컨 약 3만 대, IoT를 부착한 스마트 전력계측기 약 1만 대를 사용해 약 4만 가구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 LG전자, LG유플러스, 인코어드, 벽산파워, 한국엔텍 등 총 6개 기업이 업무협약을 맺고 시범사업에 참여했다. 삼성전자 및 LG전자는 스마트 에어컨을 활용해 진행하고, 인코어드 및 LG유플러스는 IoT 전력계측기를 가정에 설치해 전력 사용을 줄인다. 벽산파워와 한국엔텍은 기존 DR시장에 참여해온 주민거주 공공건물 중 일부를 선정해 국민DR을 진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국민DR에 참여해 아낀 전기를 되팔 수 있을까. 물론 YES다. 삼성전자나 LG전자에서 스마트 에어컨을 구입하고 동의서에 서명하거나, 인코어드나 LG유플러스에서 판매하는 IoT 전력계측기를 구매해 요청하면 시범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시범사업 참여자로 선정돼 전기 절감 미션을 수행하면 다양한 종류의 인센티브를 받는다. 이번 시범사업에서는 전력량 1kWh당 1500원 상당의 현금을 지급받거나 통신비 인하 및 포인트를 제공받는 방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시범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국민 수요자원 거래 보상방식이나 운영방식을 좀 더 면밀히 검토한 후 내년 하반기부터는 국민 수요자원 거래 제도를 정식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또 앞으로 수요자원 거래에 활용할 스마트 가전을 에어컨 외에 냉장고나 정수기 등으로 확대하고 이 같은 스마트 가전을 구매할 때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더불어 만약 약 400만 가구에 달하는 서울시에 피크 관리 스마트 에어컨이 보급된다면 원전 1기에 해당하는 12GWh의 전력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이런 점에서 현재 진행 중인 시범사업은 앞으로 운용할 소규모 수요자원 거래 시장의 바로미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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