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Column오늘을 이야기하다

일과 삶의 적정온도를 찾는 법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벌써 수년째, 이제는 적응이 될 만도 하지만 아직도 적응하지 못한 나의 하루는 시작과 끝이 언제나 같다. 머리맡에서 끔찍하게 울려대는 알람 소리에 지끈거리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맞이하는 아침과
‘오늘이 금요일이었으면…’을 수백 번 되뇌며 휘적휘적 집으로 돌아오는
새까만 밤…. 지금까지 나는 분명 치열하게 살아왔다. 삶 속에서 단 한 번도 한눈팔지 않고 경주마처럼 앞만 보며 살아왔다. 그러면 저 끝엔 행복한 결승점이 있을 줄 알았다. 이렇게 남들처럼 살다 보면 언젠가는 저절로 오겠지 막연히 기대하고 기다렸다. 하지만 무엇을 위해 사는 걸까? 내 삶의 목표는 어디를 방황하고 있는 걸까?
Opinion Column 2 | 글 안성민 한국생산성본부 전문연구원

대한민국의 직장은 안녕하십니까?

“왜 직장에 다닙니까?”라고 누군가에게 묻는다면 대부분의 직장인은 아마도 “돈을 벌기 위해 다닙니다”라고 답할 것이다. 직장이란 결국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돈’과 ‘잘 산다’는 개념은 분명한 관계는 있겠으나 그렇다고 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기에 돈도, 상사의 인정도, 직장 자체도 결코 내 인생에서 전부가 될 수는 없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받아들이지 못해 우리는 매일 직장생활에 수많은 고민을 하고 좌절하곤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다시 한번 스스로 깨닫는 것, 인정하는 것. 워라밸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몇 년 전 SNS를 뜨겁게 달군 사례가 있다. 프랑스로 이민을 간 어느 한국인이 취직해 열심히 일하고자 일명 ‘한국 스타일’로 열심히 야근을 했더니 프랑스인 상사가 “우리가 오랜 세월 힘들게 만들어놓은 소중한 기업문화를 망치지 마라. 너로 인해 누군가는 저녁이 있는 삶, 가족과 사랑을 주고받는 시간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는 것이다. 선진 복지국가에서 회사와 가족은 그런 관계이다. 회사에 다닌다는 것은 분명한 자신만의 목적 때문이고, 그 목적은 내 삶에서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는 가정보다 절대 우선할 수 없다. 그리고 그들이 살아가고 있는 사회는 워라밸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평범하게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사회와 기업 차원의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
한국의 기업은 어떠할까? 한국에서 소위 ‘성공’을 원하는 직장인은 일단 삶의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한다. 한국 직장인이 가져야 할 덕목 중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건 여지없이 성실함이다. 그리고 성실함의 척도는 개인의 업무 성과가 아니라 야근 횟수나 주말의 초과근무량이다. 성실함을 인정받으려면 회사에 누구보다도 오래 남아 있고, 수시로 들락거리는 높은 사람들의 눈에 띄기 위해 회사에 오래 머물러야 한다. 이뿐만 아니다. 업무의 연장이고 조직을 위한 희생이라며 야근, 불필요한 회식, 주말 근무 등이 기업문화에서 너무 당연한 기본요건이 되어버렸다. 그래서일까? 요즘 젊은 직장인들은 관리자들을 보면서 대부분이 관리자 따위는 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중에는 ‘못 하는’ 사람도 있겠으나, 일단 ‘안 한다’고 먼저 선언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근무 시간의 절대적인 합과 무조건적인 충성심이 사회생활의 필수라는 법칙을 깨닫는 순간, 회사와 정상적인 삶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도 함께 깨닫기 때문이다.

지속가능 경영은 워라밸에서부터

‘오늘 나는 언제 행복했던가?’ 자문해보자. 가만히 생각해보면 딱히 특별한 경험은 아니었을 것이다. 단지 회사에서 동료와 잠깐 나눈 잡담이라든지 좋아하는 음악을 우연히 듣게 된 순간, 또는 아무 생각 없이 잠깐 멍해졌던 순간 등이 오늘 나에게 작은 에너지를 넣어주었을 것이다. 이처럼 쉼 없이 돌아가는 나의 하루에 잠깐 휴식을 주고, 그것을 바탕으로 이후의 일을 해낼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기 위한 ‘진정한 휴식’, 이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삶’이 필요하다. 과연 지금 당신의 직장과 일에는 새로움이 존재하는가? 혹은 새로움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가? 현재를 살아가는 한국 사람들이 우울한 대부분의 이유는 심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물리적으로, 또 실제로 새로운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사실 새로움을 느낄 시간조차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삶에 휴식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대부분의 기업이 유행가 가사처럼 ‘지속가능 경영(corporate sustainability management)’을 주창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지속가능 경영이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 가지 확실한 건 기업들이 원하는 지속가능 경영이 가능하려면 기업의 구성원인 개인들의 ‘지속가능한 삶’이 선행되고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 삶이, 내가 속한 사회가 지속가능할 것이라는 믿음이 없는데 과연 그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을까?
워라밸은 결국 개인이 필요에 따라 만들어나가는 것이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기업들의 정상적인 경영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그리고 기업들도 그것을 인식하고 있는 추세다. 또 정부도 건강한 사회, 복지중심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워라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기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당신이 워라밸을 구태여 얻어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기업들과 정부가 나서서 워라밸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라고 등 떠미는 시대가 곧 올지도 모른다.

워라밸을 말한다는 것

워라밸을 논한다는 것은 라이프뿐 아니라 워크도 놓칠 생각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엄청난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 워라밸이란 그저 자신의 워크와 라이프 모두에서 윈윈 하자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전제해야 한다. 워라밸의 핵심은 반드시 나를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워라밸은 누가 시켜서도 아닌, 누군가를 위해서도 아닌 내 스스로 내 삶과 나를 찾기 위해 하는 것이다.
당신의 워라밸은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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